신형인줄 알았던 농업용 동력운반차…알고보니 3년전 제품

입력 : 2014-11-19 00:00

대리점들, 서류요구때까진 설명안해…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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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하동에서 밤·녹차 농사를 짓는 이성종씨(69·화개면 삼신리)는 올 3월 농업용 승용 동력운반차를 몰고 경사지를 내려오다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해 8월 구입한 농기계였던 만큼 AS(사후관리)를 받기 위해 해당 농기계업체 본사에 제품보증서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그는 깜짝 놀랐다. 2013년에 구입한 동력운반차가 2010년 생산·출고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3년 동안이나 다른 대리점 창고에서 ‘잠자고 있던’ 농기계를 1900만원이라는 비싼 값에 구입했다는 사실이 억울해 잠이 오질 않았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본지 취재 결과 2010년 5월 생산된 사고 농기계는 같은 해 6월 경남 통영대리점으로 출고한 제품이었다. 이곳에서 2년간 전시해놓아도 팔리지 않자 창원대리점으로 옮겨 1년간 보관하다 2013년 8월 하동대리점을 통해 판매한 것이었다. 그동안 제품 판촉을 위해 시운전도 해봤고,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운반차 앞쪽에 철골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임의로 구조변경까지 한 차량이었지만 구입 당시 이씨는 2010년산이란 걸 전혀 알지 못했다.

 이씨는 농업종합자금 가운데 하나인 농기계구입자금으로 1320만원을 대출(3% 금리)받았고, 580만원은 해당 대리점에 직접 납부했다. 만약 이 농기계를 2010년에 구입했다면 당시 농기계 구입가격집에 따라 2013년 1900만원보다 680여만원 저렴한 1220만원 정도에 살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 농기계 전문가들도 2010년에 옵션사항이던 것이 현재는 본기에 포함됐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300여만원 저렴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씨는 “나같이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이 전국적으로 많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 본사 관계자는 “대리점 간에 농기계가 이관되는 것은 다른 농기계에서도 비일비재하다”며 “생산한 지 3년 된 농기계라 하더라도 대리점과 소비자 간에 합의만 이뤄지면 판매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생산연도가 2010년이라고 얘기하지 않은 것은 우리 대리점의 잘못”이라며 “본사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기계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일부 농기계 생산연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것은 현행 농기계 판매 과정에서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소비자가 농기계의 감가상각을 명확히 인지한 상태로 대리점과 가격을 조율했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서류를 요구해 확인하기 전엔 소비자가 농기계 생산시점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리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설명만으로 농기계를 판매토록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농기계를 구입하는 농업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이범섭 농림축산식품부 농기자재산업팀 서기관은 “내년부터 농업용 동력운반차에도 농기계 제조번호와 규격 등을 표기한 ‘형식표지판’을 부착하도록 해 농업인들이 농기계구입자금을 대출받을 때 생산연도를 알 수 있도록 농기계 구입지원사업 시행지침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형식표지판을 부착하더라도 농기계구입자금 융자를 신청할 때만 생산시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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