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보험료 올렸지만…적자 더 늘었다

입력 : 2022-05-13 00:00

지난해 2조8600억원 달해 전년보다 3600억이나 증가

금감원 “주원인은 과잉진료 지급심사 관리·감독 등 강화”

정당한 청구까지 차질 우려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 요금이 15%가량 올랐지만 보험사들의 손익은 2조8600여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적자는 전년보다 3600여억원 늘었다. 금융당국은 가격이 비싼 비급여 보험금이 많아 적자폭이 커진다며 ‘실손 누수 틀어막기’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당국 대응으로 오히려 꼭 필요한 보험금을 받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소비자 입장이다.

 

◆지난해 실손 사업 실적과 누수 원인은=올 3월 기준 실손 가입자는 모두 3977만명으로 전국민의 76%에 달한다. 실손은 국민건강보험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사보험(私保險)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보험사별로 보유 계약 건수도 매년 증가해 지난해말 3550만건을 돌파했다. 보험료 수익도 지난해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1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손익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보험사들의 실손 손익은 2조8600여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 연속 2조원대 적자다.

보험업계는 계속되는 적자를 이유로 지난해 실손 보험료를 15%가량 인상했지만 손해율은 여전했다. 지난해 ‘경과손해율’은 111.8%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경과손해율은 보험료 수익을 발생손해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100%가 넘는다는 것은 수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과잉의료 통제장치가 부족해 손해율 악화가 계속된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은 가격이나 진료량을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결정하고 시술자·시술방법에 대한 세부 기준이 없다”면서 “이는 과잉진료를 유인해 실손 보험금 누수의 주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은 대표적인 과잉진료 항목으로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전체 비급여 보험금 가운데 도수치료는 12.8%, ‘조절성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용 다초점 렌즈)’는 8.7%로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보험 누수 틀어막기에 나선 금융당국=금감원은 최근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개정안’을 내놨다. 실손보험사기에 대한 조사 대상 선정 원칙을 마련해 보험금 지급심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게 뼈대다.

보험사고 조사 대상 선정 5대 원칙으로는 ▲치료 근거 제출 거부 ▲환자 상태, 검사 결과, 의무기록 불일치로 인한 신빙성 저하 ▲치료·입원 목적 불명확 ▲비합리적인 진료비용 ▲과잉진료 의심 의료기관을 제시했다. 이후 조사에 돌입한다면 추가 질병 치료에 대한 근거, 의료자문 등의 자료를 충분히 활용해 보험금 지급이나 수사 의뢰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의료자문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판단이 쉽지 않을 때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 등에게 의학적 자문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보험사고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을 보험사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보험계약자에게도 별도 안내한다. 정당한 청구인데도 보험금 지급이 지연된다면 지연이자도 지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올해 감독 방향도 밝혔다. 온라인 계약을 활성화해 4세대 실손으로 전환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 또 비급여 보험금에 대한 통계를 체계적으로 정비·관리하기로 했다.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 없어야”=문제는 모범규준 개정이 오히려 정당한 보험금 지급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고 조사에 적극 활용하기로 한 ‘의료자문’이 보험금 분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서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4만2274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에 들어가는 건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로 이어진다는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4세대 실손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건 소비자 선택권을 해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기부담금은 커지고 보장 한도는 축소되기 때문이다.

배홍 금소연 보험국장은 “모범규준 개정은 결국 보험금 누수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선량한 소비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4세대 실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세심한 현장 모니터링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리 기자 glas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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