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착오송금 느는데…지연이체 서비스 가입 1% 미만

입력 : 2020-03-25 00:00

보이스피싱 피해 2년간 1조·착오송금 반환청구 5년간 1조

예방 관련 서비스 고객 홍보 부족…은행직원들도 잘 몰라

입금계좌 ·단말기 지정서비스도 이용 저조…적극 활용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나 착오송금을 예방할 수 있는 ‘지연이체 서비스’의 가입률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연이체 서비스는 이체한 돈이 상대방 계좌에 일정시간이 지난 뒤 입금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보이스피싱 예방책으로 2015년 도입됐다. 잘못 송금한 사실을 알았을 때 본인이 설정한 지연입금시간(3~6시간)이 끝나기 30분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지연입금시간을 3시간으로 설정해놓은 사람이라면 오후 1시에 입금한 돈을 오후 3시 30분까지 취소하면 된다. 100만원 이하의 소액이나 자주 쓰는 계좌(예외 계좌)는 즉시 이체되도록 설정해놓을 수 있다. 지연송금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혹시 모를 불편함을 줄이려는 조치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원이 넘는다. 계좌번호나 금액을 잘못 적어 돈을 보낸 착오송금의 반환청구금액도 5년간 1조원에 이른다. 지연이체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보이스피싱과 착오송금의 피해를 막을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 이 서비스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금융위원회 불법금융대응단에 따르면 제1금융권 전체 유효고객수 대비 지연이체 서비스 가입률은 1%를 한참 밑돌았다. 본지가 5대 은행 중 2곳을 취재한 결과 A은행의 가입률은 0.00001%, B은행의 가입률은 0.005%였다.

금융위는 매년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발표할 때마다 지연이체 서비스를 보이스피싱 예방대책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지연이체 서비스가 실제 활용률이 현저히 낮은 것을 알면서도 마땅한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연이체 서비스가 보이스피싱이나 착오송금을 예방할 수 있지만, 가입을 권유받은 소비자들이 ‘내가 보이스피싱에 당할 것처럼 어수룩해 보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내 홍보가 잘 안되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고객뿐 아니라 은행종사자들조차 지연이체 서비스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가 직접 시중은행 영업점 몇곳을 방문해 문의했는데 해당 서비스를 몰라 되묻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가입에 30분 이상 소요됐다.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지연인출제도(100만원 이상 입금된 금액을 자동화기기로 인출할 때 30분간 인출이 지연되는 서비스)와 혼동해 “가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된다”고 말한 은행원도 있었다.

지연이체 서비스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가입 후 보낸 돈을 취소할 땐 인터넷·모바일뱅킹에 들어가 ‘이체→지연이체→조회/취소’를 누르면 된다.

이외에도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제도로는 ‘입금계좌 지정서비스’와 ‘단말기 지정서비스’가 있지만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입금계좌 지정서비스는 본인이 미리 지정한 계좌로는 자유롭게 송금할 수 있지만 이외 계좌로는 소액 송금만 가능한 서비스다. 단말기 지정서비스는 지정된 단말기에서만 송금·이체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A은행의 입금계좌 지정서비스 가입률은 0.0003%였다.

정단비 기자 welcomerai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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