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실손 손해율…“보험료 차등제 필요”

입력 : 2019-09-11 00:00

보험연구원 ‘실손의료보험제도 개선방안’ 세미나

비급여진료비 증가 영향 속 상반기 손해율 129% 달해

적정성 심사기구 마련 제기

금융위 “개선 심사숙고 해야”
 


35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험금 청구실적에 따라 보험료를 달리 적용하는 보험료 차등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업계의 이견으로 제도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보험연구원 주최로 5일 서울 종로구 코리안리빌딩 강당에서 열린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이태열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상반기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29.1%까지 치솟아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며 “상품 존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100%가 넘는다는 건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이같은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비급여진료비(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지 않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의 증가를 꼽았다.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청구금액 중 비급여진료비는 올 상반기 2조6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2500억원보다 4000억원 증가했다. 청구금액 중 급여 본인부담금도 같은 기간 1조1200억원에서 1조4500억원으로 늘었지만 비급여진료비의 절반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비급여진료비를 관리하려면 실손의료보험 차원에서는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고, 국민건강보험은 비급여진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기구를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도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선의의 가입자가 보험료 상승에 따른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보험금 청구가 많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청구가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창환 보험개발원 생명장기손해보험부문장은 “한의원의 도수치료가 전체 비급여진료비의 37%를 차지한다”며 “보험의 보장범위에서 도수치료 같은 비급여진료만 빼도 보험료가 상당부문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민영보험사들이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는데, 그렇다면 본인부담금을 보장해서는 안된다”며 “본인부담금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 이를 실손보험에서 보장해주면서 공·사보험 모두 지출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보험료 차등제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주식 금융위 보험과장은 “‘내가 조심하면 되는’ 자동차사고에는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할 수 있지만, ‘내 의지로 걸리는 것이 아닌’ 질병에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 가입자를 세분화해 보험료를 차등적용하게 되면 상부상조를 통해 소득이전 효과를 볼 수 있는 보험의 본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통해 실손의료보험제도 개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서진 기자 dazzl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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