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운용 조직·체계 구성에 한몫…투자 다변화에도 힘 쏟아

입력 : 2019-06-17 00:00

[상호금융 50년 산증인을 찾아] 노원식 전 농협 상호금융자금운용본부장

상호금융자금부, 본부로 확대하고 해외 주식·PF 대출 등에도 투자

퇴직 후에도 농업금융 관련 일 하며 개도국에 상호금융 알리는 데 노력

“조합 규모화하고 전문성 키워야”
 


“직원 4명이서 20조원의 자금을 굴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러니 문제가 터졌죠.”

퇴직 후 고향인 충북 진천으로 낙향한 노원식 전 농협 상호금융자금운용본부장(69)은 “그때 고생 많이 했다”며 20년 전을 떠올렸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 파견돼 3년간 근무하다 1999년 상호금융부 부부장으로 왔을 때였다. 당시 농협 상호금융은 채권시장에서 20조원의 자금을 가진 ‘큰손’이었는데, 자금팀의 한 직원이 ‘시장을 휘둘렀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11주 동안 받았다는 것이다.

“감사에서 부정행위가 나오진 않았지만 자금 총괄 책임자로서 감사를 받느라 마음고생이 컸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사건이 계기가 돼 자금팀에서 자금실로 바뀌고 인력도 충원됐지요.”

이처럼 노 전 본부장은 상호금융의 자금운용 조직과 체계를 갖추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상호금융기획실장으로 근무할 때도 당시 상호금융자금부를 상호금융자금운용본부로 확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어 2007~2008년 상호금융자금부장과 자금운용본부장(상무)을 지낼 때는 국내 주식·채권 위주의 투자에서 해외 주식·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하기 위해 상호금융투자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조직과 체계를 갖춰 자금운용을 아무리 잘해도 경기를 잘 타지 않으면 조합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것이 상호금융의 현실이다. 대부분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예치된 자금을 5·10년짜리 장기상품에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데, 금리 상승기에는 장기상품의 금리보다 시중금리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7~2008년엔 금리가 오를 때라 조합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합을 돌아다니며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고, 이를 계기로 상호금융특별회계의 내부유보금 확대를 추진했다. 내부유보금 적립을 늘려 금리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농협 재직 시절은 물론 지금까지도 상호금융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퇴직 후 2010년부터 4년간 아시아태평양지역농업금융기구(APRACA)의 사무총장을 맡아 농업금융·농업개발·해외원조 등과 관련된 일을 했으며, 지금도 한국협동조합발전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상호금융을 해외에 알리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는 “농촌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농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의 상호금융 같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며 “아시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는 농촌 금융기관들이 유명무실한 데가 많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우리의 노하우를 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의 라보뱅크, 독일의 라이파이젠 등 해외 협동조합금융에 대해 연구하면서 유용한 제도를 농협에 적용하기도 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상호금융의 영문명이다. 상호금융의 자금규모에 걸맞게 ‘Mutual credit(뮤추얼 크레디트)’라는 기존의 용어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Cooperative banking(코오퍼러티브 뱅킹)’으로 바꾼 것이다.

“성공한 금융기관은 높은 수익률을 내는 곳이 아니라 오래 생존하는 곳입니다.”

50주년을 맞은 농협 상호금융에 노 전 본부장이 전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농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조합간 합병을 통해 규모화하는 한편 담당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전문성을 키워나갈 것을 주문했다. 상호금융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세계의 협동조합금융까지 섭렵한 전문가의 당부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진천=김봉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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