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수요공급 불균형…값 하락 현실화 우려

입력 : 2022-08-24 00:00

양돈업, 9월 대위기설 제기

사료값 부담·출하량 급증

수요부진 등 ‘오중고’ 몸살

한돈협, 줄도산 위기 분석

ASF 발생도 예견된 사태

 

올 9월 이후 양돈업계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설상가상 18일 강원 양구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자 업계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돼지고기 생산·소비 등 주요 수급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와 9∼10월 이후 돈가 하락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공급량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이 걱정된다. 돼지 사육마릿수 증가로 8∼9월 돼지 도축마릿수가 평년·전년 대비 2.7∼7.5%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무더위로 출하가 지연됐던 돼지가 9월 이후 홍수출하될 것으로 보여서다. 대한한돈협회는 여기에 축산물 할당관세 적용물량 증량 조치, 유럽연합(EU) 수입위생조건 변경에 따른 독일산 돼지고기 수입 재개 등이 더해져 공급량이 역대 최대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반해 이른 추석(9월10일) 대목 이후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소비는 위축돼 값 폭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사료비 상승 여파로 올 7월 기준 비육돈 생산비가 1㎏당 5205원에 이르러 현재 대다수 농가가 적자경영을 간신히 면하고 있다”면서 “국제곡물가 인하 추세에도 실질적 사료값 인하는 연말 이후에야 이뤄질 것으로 보여 9∼10월 농가들은 사료값 부담, 출하량 급증, 할당관세 물량 증가, EU산 수입 재개, 돼지고기 수요 부진 등 ‘오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중고로 몸살을 앓다 농가들이 줄도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한돈협회가 내놓은 와중에 ASF가 발생해 농가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ASF 양돈장 발생은 일정 부분 예견된 사태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사육돼지에서 ASF가 5월 1건, 8월 3건, 10월에 1건 발생했는데 올해도 5월에 첫 발병 사례가 나와 지난해와 동일한 추이를 보일 것을 우려해 8월 들어 농가 방역에 각별히 힘쓸 것을 당부했지만 발병을 막진 못했다”면서 “문제는 이같은 계절적 패턴 원인이 야생멧돼지 이동 패턴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추측만 할 뿐 정확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이에 대해 “각 농가가 ASF 차단방역을 충분히 실천하고 있지만 근본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야생멧돼지 근절 대책, ASF 바이러스의 감염 메커니즘에 맞춘 과학적 방역대책 모두 미흡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국산에만 지나치게 관대한 정부 정책 탓에 농가들이 오중고에 허덕이는 가운데 ASF가 추가 발생해 그 이상의 ‘육중고’ 사태가 생길까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1일 “18일 양구 양돈농장 ASF 발생 이후 확산 차단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면서 “긴급 점검 결과 역학 관련 농가 등은 음성으로 확인돼 추가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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