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급식 경쟁입찰 2개월째…가공품 비중 90% ‘충격’

입력 : 2022-06-01 00:00

급양대 등 13곳 사례 분석

낙찰업체 대기업 계열 위주 외국산 농산물 판칠까 우려

입찰공고 가공품 위주 제시 국내산 원칙 지켜지지 않아 

우리 농축산물 공급량 급감 가공품과 분리해 입찰해야

 

군급식 경쟁입찰 실태를 살펴보니 낙찰업체 상당수가 대기업인 데다 조달품 가운데 가공품 비중이 90%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군급식 개선 종합대책’에 따라 올해 4월부터 전년 군급식 조달 물량의 30%가량이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공급된다.

지난 2개월간 급양대와 군수지원단 등 경쟁입찰 사례 13곳을 살펴보니 8곳에서 대기업 계열 식품유통업체가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급식 경쟁입찰이 도입되면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해나갈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대기업이 대거 군납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국내산 농축산물 납품 비중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저가 경쟁을 뚫고 낙찰받기 위해선 결국 저가 저품질 외국산 농축산물을 공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강원지역 북부의 한 급양대는 전체 구매예정금액 15억9554만원, 기초예비가격 68만2086원을 제시한 ‘2022년 4∼5월 다수품목 식자재 단가계약’ 공고를 냈다. 해당 입찰에선 한 대기업 계열사가 가장 낮은 금액인 48만6280원(투찰률 71.1%)을 제시해 낙찰됐다. 다른 중소기업 경쟁사들의 투찰률은 82%, 88%대로 해당 대기업 계열사와는 가격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각 급양대와 군수지원단은 입찰공고를 낼 때부터 가공품 위주로 조달 품목을 제시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해당 급양대는 모두 71품목 조달을 요구했는데 이 가운데서 원료육 제품은 닭고기(장각)·닭날개 등 2개 품목에 불과했다. 농산물은 국내산 조달 품목이 숙주 1품목에 그쳤다. 사실상 조달 품목 대부분이 가공품으로만 구성된 것이다.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경쟁입찰 방식을 도입한 군급식 개선 시범사업 결과 공산품 조달 비중이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군 장병 건강 우려가 크다는 지적(본지 2022년 5월13일 보도)이 많았다. 올해 실제 본사업이 진행된 결과 이 비중이 90%를 넘어서면서 군납농가들은 사실상 계획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가공품은 국내산 여부를 엄격하게 따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산을 원칙으로 쓰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가령 해당 급양대에선 냉동 ‘함박스테이크’라는 품목을 제시하면서,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의 비율이 45% 이상(돼지고기·소고기 혼합 인정)일 것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제품일 것이란 세부 조건이 제시됐다. 어디에도 국내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은 제시되지 않았다. 농산물은 ‘마늘플레이크’라는 품목을 제시하면서 마늘 90% 이상, 슬라이스한 마늘을 튀긴 형태, HACCP 인증제품 등 세부 사항이 제시됐지만 역시 국내산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군납업계는 군부대가 가공품과 농축산물을 일괄로 입찰에 부쳐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조규용 전국축산물군납조합협의회장(경기 가평축협 조합장)은 “가공품은 국내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데다 경쟁입찰 이후 공급 비중이 대폭 늘면서 국내산 농축산물은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농축산물과 가공품을 분리해서 입찰하고 근본적으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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