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대신 가공식품 판쳐…군장병 밥상 이대로 괜찮나

입력 : 2022-05-13 00:00

군급식 개선 시범사업 분석

농축수협 수의계약 방식보다 경쟁입찰때 단가 1.5배 높아

조리 쉽고 저렴한 가공품 편성 납품비중 34%→75%로 급증

낙찰업체 자주 바뀌어 불안정

급식 개선 조달 체계 변경보다 인력 확충·메뉴 개발 초점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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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급식 재료 경쟁입찰방식을 도입한 시범사업 결과 외국산 원재료를 주로 사용한 공산품 조달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사진은 군 장병들이 급식 배식을 받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경쟁입찰방식을 도입한 군급식 개선 시범사업을 진행한 결과 외국산 원재료를 주로 사용한 공산품 조달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을 통해 드러난 경쟁입찰 방식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농축수산물 조달 비율 절반 수준으로 줄어=충청지역에 있는 육군 A사단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한 육군 급식 개선 시범사업을 분석한 결과 기존 34%에 불과했던 공산품 식재료 납품 비중이 75%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장병 1인당 1일 급식비 1만1000원 가운데 8250원이 가공식품 등 구매에 사용된 셈이다. 반면 1일 급식비 가운데 농축수산물 구매 비용은 기존 7260원에서 2750원으로 크게 줄었다.

농축수협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격을 미리 결정하고서 연중 농축수산물 구매 물량을 조달할 때보다 경쟁입찰을 통해 농축수산물을 구매할 때 가격이 훨씬 높다는 점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가령 축산물은 수의계약을 통해 사전에 가격을 결정해놓으면 이후 가축 질병 등으로 축산물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안정된 가격에 군납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현재 유통업체들이 농축수산물을 조달할 때 기존 군납 조달 단가보다 150%가량 높은 가격에 조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군부대 입장에선 농축수산물 조달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공품 위주로 조달 품목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게 군납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올해 수의계약을 통한 군납 납품 비중은 당초 국방부 계획(전년 대비 70% 수준)보다 낮은 전년 대비 50∼60%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군납농가들은 “해당 수준의 물량이면 더이상 계획 생산을 하기 힘든 수준이며 앞으로 생계가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가공식품 위주 메뉴 편성에 장병 건강 우려 커=공산품 조달 비중이 늘며 장병 건강에 대한 우려도 크다. 공산품에 사용되는 원재료는 국내산 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외국산 원재료를 상당 부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최종 군부대에 조달하기까지 엄격한 품질관리나 검사가 이뤄지지만, 해당 공산품들은 이러한 관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나트륨·지방 등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이 장병 식탁에 오르는 빈도가 잦아지면 장병 건강이 우려된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실제 공산품 조달 품목에는 ‘불고기함박스테이크’ ‘고구마치즈돈까스’ ‘통살오징어링’ 등 가공식품·냉동식품이 대거 포함됐다.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에 출생한 세대) 장병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려는 취지에서 이러한 품목이 편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병 선호 반영에 따라 가공식품 조달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에 따른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균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 군수관리관은 “취사병들이 농축수산물 원재료를 사용해서 해당 메뉴들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가공식품 위주의 조달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찰마다 낙찰업체 바뀌어…안정성 우려도=5차례 진행된 시범사업 결과 거의 매번 낙찰업체가 바뀌는 결과가 나오면서 조달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해당 A사단에서는 22∼50일을 간격으로 5차례 조달이 이뤄졌는데, 농산물은 5차례 모두 다른 유통업체가 선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과 수산물도 5번 입찰 가운데 한번을 제외하면 모두 다른 업체가 선정됐다.

한 군납 관계자는 “매번 다른 업체가 선정되다보니 군부대와 업체 신뢰도가 낮은 상황이며 이에 따른 행정 부담도 커졌다”면서 “이러다 조달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크게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김진성 농협경제지주 군급식지원국장은 “기존 수의계약 체계가 유지되면 농가 계획생산을 기반으로 전·평시 안정적인 급식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군급식 개선은 조달 체계 변경보다는 조리 인력 확충, 취사 환경 개선, 메뉴 개발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해당 시범사업은 지난해초 군급식 부실사태가 일자 국방부가 농축수산물 수의계약 체계를 50여년 만에 경쟁 체계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같은 해 7월 발표하면서 추진됐다. 지난해 10월 국방부가 내놓은 ‘군급식 개선 종합대책’에 따라 올해 계약 물량은 지난해 대비 70%로 줄어들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50%, 30%로 줄며 이후부터는 경쟁입찰 방식이 전면 도입된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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