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돈 이력제’ 도입 앞두고 농가 반발 심화

입력 : 202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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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고령의 한 양돈장. 새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돈이 자돈에 젖을 먹이고 있다.

농식품부, 올해 시행 예정 방역·수급조절 용이 주장

업계선 인건비 부담 ‘난색’ 특성상 귀표 부착 어려워

기존 프로그램 통합·보완 땐 이력제 목적 충분히 달성 가능

계획 멈추고 전면 재검토해야

 

정부가 연내 모돈 이력제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양돈업계에선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방역과 수급조절을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양돈농가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모돈 이력제 도입과 관련한 논쟁의 쟁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정부, 모돈 전문 농장부터 단계적 도입 계획=농림축산식품부는 모돈과 후보돈을 대상으로 귀표를 부착하고 개체별로 등록·폐사·이동·출하 등을 신고·관리하도록 하는 모돈 이력제를 올해 도입할 예정이다.

모돈을 개체별로 관리함으로써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 개체별 이동·폐사 등의 정보를 활용, 정확하고 신속한 역학조사를 벌여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제로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최초로 발생한 2019년부터 지금까지 농가 ASF 발생 21건 중 17건이 모돈인 점이 제도 도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또한 정부는 모돈 이력제를 통해 돼지 수급관리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모돈에 개체식별번호를 부여하면 정확한 사육마릿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축산업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시대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산업 경쟁력이 높아진다”면서 “우선 모돈 전문 농장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도입 대상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7월 모돈 이력제 데이터를 올해 3월부터 공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고, 관련한 예산도 올해 46억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양돈업계 “인건비 부담 증가”…거센 반발=양돈농가들은 “모돈 이력제 도입은 산업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모돈 이력제가 도입되면 모돈과 후보돈의 귀에 귀표를 부착해야 하고 해당 개체에 대해 매일 등록·폐사·이동·출하 등 기록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추가 인력 확보 없이는 이를 수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양돈농가 1곳당 평균 모돈 사육마릿수는 3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300마리 모돈에 대한 출생·폐사 등 정보를 전산에 입력하려면 해당 업무를 전담할 인력이 농장마다 최소 1명 이상 필요하게 되며 이는 고스란히 농가의 인건비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돈협회는 제도가 도입되면 농가마다 연간 추가 비용이 최소 3600만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모돈사 안에 들어가서 모돈의 귀에 직접 귀표를 부착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경남 하동의 양돈농가 문석주씨(48)는 “모돈은 사람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세서 아무리 숙련된 농장근로자라 하더라도 모돈의 귀에 귀표를 고정 부착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른 양돈업계 관계자는 “모돈이 귀표 부착을 피하기 때문에 강제로 부착하려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크게 증가하게 된다”며 “운 좋게 귀표 부착에 성공하더라도 돼지 특성상 호기심이 강해 귀표를 물어뜯는 등 훼손할 가능성이 커 돼지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대안은 현행 제도 활용…‘한돈팜스’ ‘피그플랜’ 등 고도화=전문가들은 기존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모돈 이력제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승윤 한별팜텍 원장(수의학 박사)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보유한 돼지 출하정보 기록이나 축산차량 방문정보(GPS), 돼지열병(CSF)·구제역 백신 접종 확인서 등을 통해 돼지의 농장간 이동 상황이나 수급 현황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강석 순천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교수도 “돼지는 중소가축이기 때문에 농장단위로 집단식별을 하는 게 효과적이고 세계적으로도 양돈장별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모돈 이력제 도입보다는 현재 종돈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 개체이력관리제를 잘 활용하는 것이 질병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돈협회는 현재 전국 양돈농가 중 26%(1600곳)가 사용하는 전산관리시스템인 ‘한돈팜스’나 ‘피그플랜’ 등 프로그램을 통합·보완함으로써 모돈 이력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농가들이 이미 익숙하게 이용하고 있는 한돈팜스에 후보돈 전입이나 모돈 전출입·폐사 정보를 입력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며 “정부는 모돈 이력제 도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하늘·이유리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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