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추진…농가 “사실상 쿼터 물량 줄어”

입력 : 2021-11-22 00:00 수정 : 2021-11-2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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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의 한 낙농가에서 젖소들이 사료를 먹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농식품부, 제3차 낙농산업발전위 개최…개편방안 제시

내년 10월 도입 계획 밝혀 음용유·가공유 나눠 책정

첫해 186만t·30만t가량 1ℓ당 각각 1100원·900원

현재 쿼터보다 4만t 이상 뚝 가공유 값도 1ℓ당 200원↓

생산비 연동제는 폐지 수순 농가·유업체 “현실 반영 안돼”

소비자·전문가들은 “긍정적”

 

정부가 원유의 용도에 따라 구매단가를 달리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이르면 내년 10월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충북 청주 오송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차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에서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원유가격 및 거래체계 개편방안’을 공개했다.



◆정부, 음용유·가공유 차등해 원유가격 결정 추진=정부가 추진하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가격을 현행처럼 용도 구분 없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음용유(일반 우유)와 가공유(치즈 등)로 나눠 각기 다른 가격으로 정산하는 구조다.

음용유·가공유의 가격은 기본가격에 인센티브를 더한 금액으로 구성된다. 기본가격은 매년 통계청이 발표하는 생산비와 유가공업체의 생산원가, 원유 수급상황, 낙농가 소득 등을 반영해 결정한다. 인센티브 가격은 유단백·유지방·세균수·체세포수·산차 등이 고려된다.

원유가격과 물량 한도는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해 매년 결정한다. 도입 첫해엔 음용유는 186만8000t 한도로 1ℓ당 1100원, 가공유는 30만7000t까지 1ℓ당 900원으로 책정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구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자(MMB)와 유업체가 직거래를 하되, 유업체가 원유 구매계획을 사전 신고하고 낙농진흥회가 전년 원유 사용실적, 수요 변화, 자급률 등을 고려해 이를 승인하는 원유 거래방식 도입이 추진된다.

이를 위해 낙농진흥회 이사수를 23명으로 확대해 정부 2명, 학계 2명, 소비자 2명, 변호사 1명, 회계사 1명을 추가하고, 의결조건 등 낙농진흥회 정관도 개정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복안이다. 현재 이사회는 생산자 7명, 유가공업계 4명, 정부·낙농진흥회·학계·소비자 각 1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낙농가 소득은 현 수준보다 1.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자급률도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안에 대한 찬반 엇갈려=낙농산업 발전위원회 참석자들은 정부안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생산자단체들은 현행 원유가격 생산비 연동제가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현재는 전체 쿼터 물량(221만8000t)까지 일괄적으로 원유기본가격(1ℓ당 947원)에 인센티브(최대 157원)를 더한 금액이 농가에 정산되고 있지만,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사실상 쿼터 물량이 줄어드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정부안대로라면 1ℓ당 기존 최대 1104원을 받을 수 있었던 쿼터 내 물량이 가공유로 분류돼 30만7000t만큼 1ℓ당 최대 900원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며 “쿼터를 무력화해 원유 재생산기반을 약화하려는 의도”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도 “사료 자급률이 높은 미국, 캐나다 등에서 시행 중인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사료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지금의 인센티브 항목에 맞춰 10년 이상 개량을 통해 사양관리를 해왔는데 이 기준을 내년부터 바꾸겠단 것은 낙농업을 잘 모르고 벌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유업체들은 정부안의 단가를 국제가격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근생 매일유업 상무는 “가공유에 사용되는 원유의 국제가격은 1ℓ당 400∼500원으로 정부가 밝힌 가격 수준(800∼900원)에 가공유를 구매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정부 지원을 늘려 국제경쟁가격 수준으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정부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우유 소비 패턴과 시장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고전적인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경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요, 공급 등 시장기능을 흡수한 제도로 수급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다만 유통마진에 대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제3차 낙농산업 발전위원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고려해 개편안을 수정한 후 조만간 위원회를 다시 열어 추가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유리 기자 glas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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