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훼손된 채 한달여 방치…야생멧돼지에 길 터줬다

입력 : 2021-06-07 00:00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 대점검] 강원 현장 둘러보니

배수로·출입문 등 뻥뻥 뚫려

농가 “정부, 점검·정비 나서야”

 

강원 홍천과 인제를 잇는 451번 지방도. 도로 경계를 따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야생멧돼지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광역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강원 남부지역으로 ASF 전파를 막는 최남단 광역울타리 설치 구간이지만 이곳에서도 뻥 뚫린 채로 방치돼 있는 광역울타리를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일대 한 구간의 광역울타리는 철망이 양옆으로 벌어진 채 뚫려 있었다. 야생멧돼지는 물론 사람 두세명이 동시에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구멍이 넓었다. 해당 지점으로부터 10여㎞ 떨어진 화촌면 성산리에서 4월20일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적이 있는데도 허술하기 그지없이 방치된 모습이었다. 훼손된 광역울타리 바로 옆은 지방 하천인 내촌천이었다. 훼손된 광역울타리를 넘어온 야생멧돼지가 내촌천을 건너 횡성이나 평창 등 강원 남부로 남하하는 게 어렵지 않아 보였다.

인근에서 만난 지역주민 A씨는 “광역울타리가 훼손된 지 한두달쯤 된 것 같다”며 “아마 저 앞집에 사는 사람이 이동하려고 뚫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광역울타리에 설치된 출입문을 허술하게 관리하는 구간도 쉽게 발견됐다. 논밭 등 출입을 위해 설치된 출입문은 사람이 출입한 이후엔 다시 닫아둬야 하지만 그대로 열려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해당 출입문에 큼지막하게 붙어 있는 ‘개방 사용 후 반드시 잠가달라’는 안내 문구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배수로 하단 부분에 철망이 설치돼 있지 않은 광역울타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상당수 배수로는 평상시에 물이 흐르지 않아 몸집이 작거나 어린 야생멧돼지들은 이 구멍을 통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광역울타리가 1300여㎞에 걸쳐 설치됐음에도 양돈장에서의 ASF 발생을 막지 못했던 이유가 짐작이 됐다. 실제로 지난달초에는 광역울타리 이남에 위치한 강원 영월의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했다.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7개월 만이다. 지난해말부터 해당 발생농장으로부터 1∼2㎞ 떨어진 지점에서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대거 발견된 바 있다. 결국 야생멧돼지 남하를 막지 못한 결과란 해석이다.

본지가 지난해에도 경기·강원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세차례(6·8·9월) 현장 취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광역울타리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거나 관리하지 않아 ASF 감염 야생멧돼지 남하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지역의 양돈농가들은 7∼8월 장마철을 앞두고 대대적인 광역울타리 시설 점검·보수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여름 장맛비에 광역울타리가 쓰러지거나 유실되는 일이 다수 발생했던 만큼, 정부가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양돈농가는 “정부가 대대적인 점검을 통해 광역울타리 취약 구간을 정비하고 훼손된 곳을 수시로 확인, 보수해야 한다”며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을까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말했다.

정현규 도드람양돈연구소 박사는 “최근 개별 양돈장 내외부 울타리를 설치하는 농가들이 많은데, 이를 설치하는 인력 중에선 광역울타리도 함께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당 인력이 농장에 출입할 때 소독을 철저히 하도록 관리하고, 인근 주민이 광역울타리를 훼손하거나 출입문을 열어놓고 내버려두지 않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천·인제=박하늘·이유리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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