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방역 울타리, 1000억 넘게 투입 총연장 2000㎞…방역 효과는 ‘의문’

입력 : 202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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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일대에 설치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광역울타리 중 일부 구간이 훼손된 모습이다. 성인 두세명이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철망이 넓게 뚫려 있다.

야생멧돼지의 남하를 막기 위한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울타리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광역울타리를 고집하기보다는 농장 중심의 울타리 설치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대표적인 ASF 확산 방지대책으로 거론되는 울타리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2회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 대점검 (상) 한계 다다른 울타리 정책

2중·3중으로 설치했지만

관리 허술하거나 방치해 울타리 밖서 20여건 발생

전문가 “방역정책 재검토를”


광역울타리 이남에서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ASF 울타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허술하게 설치했거나 구멍이 뚫린 채 방치된 곳이 많아 야생멧돼지의 남하 저지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밥값 못하는 야생멧돼지 울타리=야생멧돼지의 이동을 차단하기 위한 ASF 울타리는 크게 광역울타리와 1·2차 울타리로 나뉜다. 광역울타리와 1·2차 울타리를 합치면 전체 길이가 경기·강원 지역 중심으로 2000㎞가 넘는다.

광역울타리는 북한으로부터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남하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19년 11월부터 설치가 추진됐다. 국내에서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처음 발견된 건 2019년 9월이다.

경기부터 강원까지 국토를 종단으로 가로지르고 있으며 5월말 기준 광역울타리 전체 길이는 1344㎞에 이른다.

1·2차 울타리는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지점 둘레에 설치하는 울타리를 말한다.

지방자치단체는 ASF 감염 야생멧돼지 발견 지점 반경 1.3㎞에 1차 울타리, 반경 3㎞에 2차 울타리를 설치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고 있다. 5월말 기준 1차 울타리는 45곳 121.7㎞, 2차 울타리는 34곳 729.6㎞에 달한다.

지금까지 이들 울타리 설치에 들어간 비용이 1000억원을 훌쩍 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5월28일 기준 야생멧돼지 ASF 발생 건수 1423건 가운데 20여건은 광역울타리 바깥에서 발견됐다.

강원지역의 한 양돈농가는 “정부가 광역울타리를 설치해 ASF 확산을 상당히 늦췄다고 얘기하지만, 자화자찬에 불과하다”면서 “결과적으론 천문학적인 돈을 들이고도 결국 ASF 남하를 막지 못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1·2차 울타리와 관련해서도 사후약방문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수의학과 교수는 “감염 야생멧돼지가 길게는 죽은 지 10일 뒤에나 발견되는데 뒤늦게 주위를 울타리로 두르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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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희정

◆ASF 발생 건수 계속 증가…개선책 절실=지난 2년간 울타리를 계속 확장했음에도 ASF 발생 건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야생멧돼지 ASF 발생 건수는 2019년 55건에서 2020년 856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5월말 기준 벌써 500건을 넘어섰다.

한 동물방역 전문가는 “지난해말과 올초에 광역울타리에서 60㎞ 이상 떨어진 곳에서 ASF가 발생한 만큼 이미 광역울타리 바깥지역에 ASF가 상당 수준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에는 강원 남부지역인 영월에서 7개월 만에 사육돼지 ASF가 발견됐고 충북까지 위험지역에 포함돼 광역울타리의 효용성이 의문시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도 신규 광역울타리 설치를 중단하는 모양새다. 접경지대와 달리 강원 남부 이남으로는 민가와 도로가 많아 광역울타리 설치가 현실적으로 곤란하기 때문이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는 도로 등 기존 시설물을 활용해 차단망을 구축한다고 했지만, 울타리를 치고도 못 막았는데 이러한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정부도 사실상 기존 정책의 한계를 깨닫고 슬그머니 발을 빼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기존 울타리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울타리가 ASF 확산을 막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임엔 틀림없지만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조호성 대한수의사회 재난형동물감염병특별위원장은 “초기의 울타리정책은 ASF의 유입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이 어느 정도 진행됐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기존 울타리정책 한계를 인정하고 ASF 방역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욱 기자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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