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 화백 “한우는 단순한 먹거리 그 이상”

입력 : 2021-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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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문화 르네상스를 꿈꾸다] ‘식객’ 허영만 화백 기조연설

생구(生口)라 부르며 대우 곰탕엔 정·나눔 정서 깃들어

 

“한우는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먹거리 이상이었습니다. 가족처럼 사랑스러운 존재였고, 농경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꾼이기도 했습니다.”

‘한우문화 정립을 위한 심포지엄’의 기조연설을 맡은 만화가 허영만 화백(사진)은 이렇게 한우를 정의했다.

허 화백은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 <식객>의 작가로 유명하고, 숨겨진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허 화백은 “우리 조상은 예로부터 한우를 ‘생구(生口)’라 부르며, 동물이 아니라 사람에 버금갈 정도로 대우했다”며 한국인들의 유별난 한우사랑을 강조했다.

한우가 새끼를 낳으면 잡귀를 쫓고 액을 막고자 대나무에 짚으로 금줄을 매달기도 했다. 농경사회에서 한우는 웬만한 장정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내는 중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산업화시대에 접어들기까지 농촌현장에서 재산 1호의 가치를 지녔으며, 농가의 부를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허 화백은 한우가 ‘숭상의 대상’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쇠고기는 조선시대 왕실 제사나 종묘제 등 국가 중요 제례에 귀한 재물로 사용됐는데, 쇠고기를 따로 담는 ‘우정’이라는 전용그릇이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우는 오랫동안 먹거리로도 사랑받았다. 농경사회인 조선시대에 소 도축을 금지하는 우금령이 내려진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쇠고기에 대한 사랑이 꺾인 것이 아니라는 게 허 화백의 주장이다. 실제로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매일 도축되는 소가 1000여마리에 이를 정도로, 왕에서부터 백성에 이르기까지 쇠고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허 화백은 “한국인의 유별난 한우사랑은 ‘소 한마리에서 백가지의 맛이 나온다’는 일두백미(一頭百味)라는 글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문화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의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영국 등에선 쇠고기를 35개 부위로 나눠 먹지만, 우리나라에선 쇠고기를 소 혀·토시살·보습살 등 120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우고기를 먹는 방식을 통해 한국인의 나눔과 정(情)의 정서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게 허 화백의 해석이다. 그러면서 값비싼 한우고기로 ‘곰탕’을 만들어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것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허 화백은 한우고기가 최근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떠오른 점도 주목했다. 많은 외국 유튜버들은 다양한 부위의 한우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으며 일반 바비큐나 스테이크와 다른 한우고기구이만의 특별함을 주목하고 있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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