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리농장 ‘분변처리’ 논란 속 재입식 지연

입력 : 2021-04-05 00:00 수정 : 2021-04-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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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의 한 오리농장에서 분뇨를 소독하고 미생물을 살포한 뒤 비닐을 씌워서 발효시키고 있다.

전남 농가·지자체, 구체적 ‘분변처리’ 기준 없어 반발

농식품부 ‘외부반출’ 조건 걸어 미이행 농가 재입식 승인 거부

전남지역 분변 발효·부숙 방식 바닥 질지 않아 오리 성장 도움

재입식 진행 농가 한곳도 없어

도, 농식품부에 지침 마련 요청

 

예방적 살처분 오리농가의 농장 내 분변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최근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장 내 분변의 외부반출’을 재입식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고, 예방적 살처분 오리농가들은 “정밀검사를 통해 이상 없는 분변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어서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농식품부 고시)’ 제33조에 따르면 보호지역 및 예찰지역 내 예방적 살처분 농가는 ‘분변 처리 등 청소세척 및 소독을 완료하고 예찰지역에 대한 이동제한이 해제된 경우’ 재입식이 가능하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분변 처리’ 문구를 축사 내 깔짚 및 분변을 모두 외부로 반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농가에 대해 재입식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국내 전체 오리 사육농가의 45%(약 400농가)가 밀집돼 있는 전남지역 오리농가들이다.

전남에선 축사 바닥에 왕겨 깔짚을 깐 뒤 오리 분변이 떨어지면 유용미생물을 넣고, 주기적으로 로터리작업을 해주면서 분변을 부숙시키는 방식으로 분변관리를 한다. 전남은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 발효·부숙이 잘 이뤄지다보니 이러한 독특한 형태의 사육방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들 농가는 “수년간 이 과정을 반복하면 축사 바닥이 질지 않고 축산 냄새도 나지 않게 돼 오리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타 지역과 차별화한 사육 비결이며 일종의 재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농식품부가 분변 및 깔짚을 모두 외부로 반출해야만 재입식을 허용할 뜻을 고수하면서 전남도 내 전체 예방적 살처분 오리농가 76곳 중 2일 현재 재입식이 이뤄진 농가는 한곳도 없다.

농가들은 분변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농식품부의 해석대로 외부 반출만 고집해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실시요령 제21조(소독 등 조치)에 기재돼 있는 대로 ‘매몰 또는 발효처리의 방법으로 안전하게 처리’한 경우 분변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농가들의 입장이다.

전영옥 한국오리협회 광주전남지회장은 “깔짚의 분뇨가 발효되는 과정에서 온도가 80℃까지 올라가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사멸하고, 실제로 농가마다 3차례가 넘는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정부기관이 시행한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면 깔짚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도는 지역 농가들의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최근 농식품부에 공문을 보내 발효 처리된 분뇨를 재사용할 수 있는지 질의하고, 재사용이 불가능하면 처리 비용의 지원을 건의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가마다 재입식을 하지 못해 피해가 큰 상황인데, 발효 처리된 분뇨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세부 지침 마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리업계는 분변을 외부로 실어낼 경우 육용오리 4만마리 규모 농장에서 87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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