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2개월 만에 입식 재개 “2년 후 수익 발생…이제 돼지 있으니 희망 보여”

입력 : 2020-11-27 00:00 수정 : 2020-11-2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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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 이천시 마장면 제1종돈능력검정소에서 각 농장으로 보낼 후보돈 환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돼지 입식 1년2개월 만에 재개] 경기 연천 양돈농가들 표정

ASF 방역 꼼꼼히 한 후 환적 5개 농장으로 495마리 이동

지난달 한차례 재입식 무산 일 틀어질까 막판까지 긴장

농가, 후보돈 도착하자 안심

“이자·보험비 납부 등 막막” 실질적 생계안정 대책 호소

“철저하게 농장관리” 다짐도

 

“행여 또 일정이 미뤄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어젯밤 한숨도 못 잤습니다. 얼마 만의 돼지 울음소리인지….”

24일 오전 경기 이천에 위치한 대한한돈협회 제1종돈능력검정소. 이곳에서 대기하던 경기 연천의 양돈농가들은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너무나 다행”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왔다. 지난달 한차례 재입식이 무산된 경험이 있어 막판까지 노심초사했음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현장에서 만난 이준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희생농가 비상대책위원장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청와대·국회·정부세종청사 등을 수십차례 오가며 재입식을 촉구했던 지난 1년여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양돈농가 권광록씨(30)는 “살처분 이후 수익 없이 이자 부담만 쌓이면서 좌절했다”며 “이제라도 재입식이 가능해져 너무 감사하다”고 되뇌었다.

접경지역 양돈농가의 재입식은 ASF가 발생한 지 1년2개월여 만이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9월 접경지역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하자 경기 파주·연천·김포, 인천 강화의 사육돼지를 모두 살처분했다. 그 후 농가들의 강력한 요구에도 ASF 발생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재입식이 차일피일 미뤄졌고, 최근에야 중앙가축방역심의회 심의 이후 농림축산식품부가 허용해 연천지역 5개 농가부터 후보돈 재입식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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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 연천 미라클팜 농장주 박기진씨가 경북 문경에서 환적장을 거쳐 들어온 후보돈을 돈사 안으로 옮기고 있다. 이천·연천=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연천지역 농가들이 이곳에 모인 것은 후보돈 환적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접경지역 양돈농가들이 후보돈을 재입식할 때 접경지역 이외의 장소에서 후보돈을 옮겨 싣도록 의무화했다. 전국의 종돈장에서 출발한 차량이 접경지역 농장으로 곧장 이동하면 차량 바퀴에 바이러스가 묻어 ASF가 남하할 우려가 있어서다.

“남쪽 종돈장에서 온 차량은 오른쪽으로, 북쪽 접경지역으로 갈 차량은 왼쪽으로 이동하세요.”

이들 차량은 바퀴와 차량 하부까지 꼼꼼히 소독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 직후 서로 뒷면을 마주 대게 주차한 뒤 후보돈을 옮겨 실었다.

이날 접경지역과 남쪽지역에서 모인 각각 10대의 운송차량이 후보돈 495마리를 환적했고, 곧바로 연천지역 5개 농장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환적 절차를 거쳐 다음달 4일까지 8개 농장에 모두 2500마리의 후보돈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날 오후, 연천에서 만난 양돈농가 박기진씨(41)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박씨는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과 대출로 2014년 양돈업에 뛰어들었고, ASF 발생 직후 모돈 40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1년 넘게 수익이 단 1원도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빚을 내 직원들 월급을 줬지만, 매월 400만여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 2명을 내보낸 상태다. 박씨는 “혹시라도 재입식이 무산되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9월부터 ‘강화된 방역시설 기준’에 맞게 시설을 보완했던 박씨는 10월 중순 시설기준 점검을 사흘 앞두고 강원 화천에서 ASF가 재발생해 점검 절차가 무기한 연기되는 아픔도 겪었다.

박씨는 50마리를 환적한 차량이 도착하고 나서야 표정이 다소 밝아졌다.

그러면서 “후보돈을 순치하고 종부하는 데 3개월, 임신·출산까지 4개월, 비육 도축까지 6개월 등 최소 13개월이 걸려 아무리 일러도 후년(2022년) 1월이 돼야 첫 소득이 발생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또 어떻게 견뎌낼지 막막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씨는 살처분 이후 1년간 대출금에 대한 이자 납부를 유예받았지만, 이달부터 다시 매월 600만원씩 금융이자를 내야 한다. 다음달에는 가축재해보험비 800만여원을 일시불로 납입해야 한다.

박씨를 비롯한 접경지역 농가들이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살처분농가를 대상으로 소득이 발생할 때까지 실질적인 생계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그럼에도 박씨는 끝내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매일 텅 빈 농장만 보다가 돼지를 들이니 참 뿌듯합니다. 당장 해답은 없지만, 돼지가 있으면 그래도 어떻게든 각종 비용을 마련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절대 이곳에선 ASF와 같은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농장관리도 더 철저히 할 각오입니다.”

이천·연천=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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