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돼지 ‘희망 수매’ 추진 난항…지자체, 농가 신청해도 보상해줄 돈 없어

입력 : 2020-10-26 00:00 수정 : 2020-10-26 23:29

ASF 발생 예방 사육돼지 ‘희망 수매’ 추진 난항

재입식 기약 없어 참여 꺼리지만 이동제한조치로 폐사율 늘어

농가 ‘울며 겨자 먹기’식 신청

지자체 “예산 턱없이 부족 농가 참여 설득하기 어려워”

정부 차원 지원 확대 필요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위험을 줄이고자 추진 중인 사육돼지 희망 수매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육돼지 희망 수매는 ASF 감염 야생멧돼지 발견 지점으로부터 반경 10㎞ 이내에 있는 경기·강원 지역 양돈농가 175곳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수매 희망을 받아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사업이다. 9일 강원 화천의 사육돼지에서 ASF가 재발생하자 그 직후 정부가 ASF 예방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22일 현재까지 희망 수매가 추진된 농가는 단 한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매 대상 농가들은 언제 재입식이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참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상 농가들이 수매를 희망해도 지자체의 재정 여력이 부족해 희망 수매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최근 화천의 한 양돈농가는 정부의 희망 수매에 참여하고자 지자체에 문의했다가 “희망 수매를 신청하더라도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당장은 보상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안내를 들었다.

조우형 대한한돈협회 춘천화천지부장은 “해당 농가는 농장 외부로 돼지·분뇨 반출이 금지돼 폐사율이 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수매를 신청했던 것”이라며 “이동제한조치로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수매에 참여하도록 유도해놓고서 보상금을 언제 지급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희망 수매 농가에 지급되는 보상금은 국비 80%, 지방비 20%의 비율로 충당된다. 이중 지방비는 도와 시군이 각각 절반씩 분담한다. 여기에 살처분 때 발생하는 렌더링·매몰·소독 등 비용은 모두 해당 시군의 부담이다.

비육돈 한마리당 보상단가를 32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사육규모(사육마릿수 1839마리)의 농가에 지급되는 보상금은 약 6억원이다.

이중 시군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농가당 6000만원 수준인데, 화천군의 경우 현재 남아 있는 농가 12곳이 모두 희망 수매에 참여한다고 하면 7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김재운 화천군농업기술센터 가축방역담당은 “군 재정 자립도가 10%에 불과한 데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예산 지출이 많아 희망 수매 보상금으로 지급할 예산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ASF 발생지역임에도 농가들을 수매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현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는데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총과 대포를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ASF 발생 위험이 큰 농장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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