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식 1년을 기다렸는데”…양돈농가 ‘허탈’

입력 : 2020-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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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재입식을 준비 중이던 경기 연천의 양돈농가 이창번씨(40)가 허탈한 표정으로 양돈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천=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ASF 1년 만에 재발 ‘비상’] 경기 연천·강원 철원 지역

농가 방역시설 평가 등 통과 불구 눈앞서 잠정 중단 ‘망연자실’

정부 수매 진행 입소문 솔솔 참여농가 재입식 기약 없어

수입 뚝…경제적 부담 커 농장 처분까지 고려하기도

희생농가 비상대책위원회 “예정대로 절차 진행해야”

 

지난해 9월 예방적 살처분으로 돼지 7000마리를 묻었던 경기 연천군 신서면의 양돈농가 이창번씨(40).

지난달 진행된 사전 방역시설평가와 양돈장 및 주변 환경평가를 통과해 이달 재입식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마주하게 됐다.


이달 9일과 11일 강원 화천의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기존 예방적 살처분농가들에 대한 재입식 논의가 모두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정부의 재입식 기준에 맞게 시설 보완을 끝낸 상황이라 중앙가축방역심의회에서 ASF 발생 위험지역을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면 후보돈을 곧바로 농장에 들여올 수 있다”며 “이달 중으로 재입식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재입식 절차가 언제 재개될지 몰라 절망스럽다”고 허탈해했다.

지난해 예방적 수매·도태가 진행된 강원 철원의 양돈농가들도 허탈한 표정을 짓긴 마찬가지다.

철원지역은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야생멧돼지에서 ASF 발생이 빈번하자 농가 14곳을 대상으로 선제적 수매·도태가 진행된 바 있다.

강원 철원군 근남면에서 돼지 1655마리를 키웠던 염상훈씨(53)는 지난해 11월 방역당국 방침에 따라 예방적 수매에 참여했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지금까지 재입식을 하지 못했다. 11일에는 양돈수의사로부터 재입식을 위한 컨설팅을 받기로 약속을 잡아놨다가 철원군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해당 일정을 취소했다. 염씨의 농장이 위치한 근남면이 ASF가 발생한 화천군 상서면과 인접해 있어 모든 재입식 절차가 보류됐기 때문이다.

염씨는 “부채는 수억원에 달하는데 수입은 단 한푼도 없어 지난 1년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금 까지 힘들게 버텼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강원 철원의 양돈농가 이재춘씨(54)는 “농가들 사이에서 또다시 수매가 이뤄질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여기에 참여하게 되면 재입식까지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농가들이 많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연천지역에서도 양돈장을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현재는 철원에서만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연천 농장에 투자하는 동안 진 빚이 7억원에 이르는데, 재입식에 대한 기약이 사라지면서 언제 이 빚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농장 처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ASF 희생농가 비상대책위원회는 애초 계획보다는 지연되더라도 기존 재입식 절차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비대위 사무국장을 맡은 연천의 양돈농가 오명준씨(40)는 “12일 연천군에 재입식을 위한 농장 예비검사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정부가 세운 방역기준을 충족하는 양돈농가에 대해선 환경평가에서도 ASF 바이러스 음성 판정이 나온다면 예정대로 재입식을 허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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