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발생 1년] 살처분에 돼지고기값 한때 폭락…야생멧돼지 감염 지속

입력 : 2020-09-16 00:00

ASF 발생 1년 (1)후유증은 현재진행형 

경기·강원 지역 양돈장 큰 피해 뚜렷한 보상책 없어 강력 반발

정부부처간 엇박자 대처 문제

방역 미흡한 농가 의식도 비판

감염 야생멧돼지 확산세 광역울타리 관리 철저히 해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ASF는 지난해 9월17일부터 10월9일까지 4개 시·군 14곳 양돈장에서 발생하며 국내 양돈업계를 공포에 빠뜨렸다. 이 과정에서 정부부처간 손발이 맞지 않는 등 정부 방역의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접경지역 이외의 지역으로 확산이 저지된 상태지만, ASF에 감염된 야생멧돼지가 끊임없이 발견되는 데다 피해 지역 농가들이 아직까지 돼지를 키우지 못하는 등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ASF 발생 이후 1년간의 방역 추진경과와 문제점, 피해 농가들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 ASF 종식을 위한 과제 등을 짚어본다.


◆발생지역 돼지 전량 수매·살처분…ASF 막았지만 농가 피해 커=단 한번도 발생한 적 없었던 가축전염병의 등장에 방역당국은 유례없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 ‘지역 단위 살처분’이 대표적이다. 방역당국은 ASF 발생 직후 경기 파주·김포·연천, 인천 강화 등 발생지역에 있는 모든 돼지를 수매·살처분했다.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계속 발견되는 강원 북부지역의 일부 양돈장에 도 수매·도태를 진행했다. 이 조치로 경기·강원 지역에서 돼지 38만963마리(248농가)가 살처분됐고, 6만5557마리(125농가)가 수매돼 모두 44만6520마리가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농가들은 크게 반발했다. 뚜렷한 보상책이 없는 데다 재입식 시기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돈사를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SF 매개체로 꼽히는 야생멧돼지는 그대로 둔 채 사육돼지만 살처분하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에 청와대와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거나 연천군청에서 집회를 벌이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ASF 발생에 따른 간접적인 피해도 나타났다. 돼지고기 소비 위축으로 돼지값이 크게 하락한 것이다. ASF 발생 직전(9월1∼16일) 1㎏당 평균 4496원이던 돼지고기 경락값(제주·등외 제외)은 지난해 10월 한때 2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농협과 대한한돈협회 등 생산자단체가 대대적인 홍보활동과 할인행사를 펼쳤지만 돼지고기값이 장기간 생산비 이하로 떨어져 농가들의 고통이 컸다.
 

◆아쉬운 정부 초동 대처…일부 농가의 방역의식도 미흡=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엇박자로 ASF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사육돼지는 농식품부, 야생멧돼지는 환경부가 관리하면서 통합적인 방역대책을 세우지 못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특히 환경부는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에 미온적인 태도로 나서면서 비난을 면치 못했다. 농가와 방역 전문가들은 ASF 국내 발생 이전부터 외국 사례를 들어 야생멧돼지가 주요 매개체로 의심되는 만큼 총기 포획 같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SF 첫 확진 사례가 나온 직후에도 보도자료를 통해 “야생멧돼지를 통한 사육돼지 감염은 러시아 방목농가 2건 외에 보고된 바가 없다”며 야생멧돼지 개체수 저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지난해 10월3일 야생멧돼지에서 첫 감염사례가 나온 후에야 긴급대책을 발표해 ‘늦장 대응’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잔반 급여에 대한 환경부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농식품부와 농가들은 ASF 발생 전부터 잔반 급여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인식, 잔반 급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잔반 급여 중단에 따른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문제 등을 이유로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생산한 잔반을 급여하도록 허용했고, ASF가 발생하고 나서야 전면 금지했다.

일부 농가의 허술한 방역의식도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11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의 농가는 지방자치단체 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농가로, ASF 발생 이후에도 잔반을 급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울러 방역당국이 4∼5월 전국 양돈장 5763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단방역 실태 일제 점검에선 2076개 농장에서 3289건의 방역 미흡 사례가 확인돼 일부 농가의 방역의식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생멧돼지 감염은 지속…울타리 관리 허술 ‘도마’=야생멧돼지에서 ASF 발생건수는 지난해 10월3일 연천 비무장지대(DMZ)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이달 13일까지 모두 738건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연천이 282건으로 가장 많고, 강원 화천(281건), 파주(98건) 등이 뒤를 잇는다.

지난해 파주·연천, 강원 철원에 한정됐던 감염 야생멧돼지 발견 지점은 올들어 경기 포천, 강원 양구·고성·인제·춘천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봄 번식으로 개체수가 증가했고, 이들 개체가 먹이를 찾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직후 남하를 막기 위한 울타리를 대대적으로 설치했지만, 울타리 관리를 소홀히 한 것도 야생멧돼지에서의 ASF 발생을 확산한 요인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일부 구간의 울타리가 훼손된 채 방치되거나 출입문이 열려 있는 등 허술한 관리 실태가 확인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책을 시행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사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방역 전문가는 “울타리를 추가로 설치한다고 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방역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지자체 공무원과 담당자들이 해당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중앙정부가 앞장서 수시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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