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양성 야생멧돼지’ 매몰 규정 무시…침출수 발생땐 확산 위험

입력 : 2020-06-29 00:00 수정 : 2020-06-29 23:58
강원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야생멧돼지 매몰지, 생석회 위로 아무것도 덮여 있지 않아 장마철에 유실위험이 커 보인다. 화천=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ASF 양성 야생멧돼지 폐사체 관리 엉망’ 강원 화천지역 가보니

빗물 침투 막는 성토작업 안해 생석회만 뿌리고 대충 마무리

바이러스 4~6개월 생존 가능 폭우 때 다른 지역 전파 우려

매몰 위치 제멋대로 선정도
 



북한강과 인접한 강원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이곳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양성 야생멧돼지 매몰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풀이 우거진 주변 배경과 달리 매몰지가 있는 부분의 땅만 회색빛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니 회색빛의 정체를 금세 확인할 수 있었다. 생석회였다. 야생멧돼지를 땅에 매몰한 뒤 생석회만 뿌려놓은 상태였다.

매몰지엔 ASF 양성 야생멧돼지 매몰지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출입금지 테이프가 쳐져 있었다. 글씨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들어갈 일이 없겠지만 야생동물이라면 쉽게 파헤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했다.

“ASF 양성 야생멧돼지 사체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역 양돈농가들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긴급행동지침(SOP)에 규정된 매몰방법.


환경부의 ‘야생멧돼지 ASF 표준행동지침(SOP)’에 따르면 야생멧돼지 폐사체는 1m 깊이로 구덩이를 판 뒤 비닐을 깔고 생석회와 흙을 순서대로 뿌린 다음에 넣어야 한다. 이후 사체를 흙으로 덮고 생석회를 다시 뿌려야 하고, 그 위에 흙을 다시 덮은 뒤 무덤처럼 성토(그림 참조)해야 한다. 생석회 위에 흙을 덮고 성토하는 것은 폐사체를 묻은 구덩이로 빗물이 침투되거나 다른 야생동물의 구덩이 파헤침을 막기 위함이다. 야생멧돼지 사체 부식으로 인한 꺼짐 현상을 방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SOP를 따르지 않고 매몰지를 부실하게 관리하는 셈이다. 현 상태로는 침출수가 발생하거나 야생동물들이 파헤쳐 ASF 확산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어 보였다. ASF 바이러스는 토양에서도 4~6개월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몰지 위치를 제멋대로 정한 사례도 발견됐다. SOP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야생생물 사체는 발견현장에 매몰하되 하천·수원지·도로와 30m 이상 떨어진 곳에 매몰해야 한다. 하지만 하남면 원천리의 매몰지는 큰가마니골천이라는 소하천과 불과 10m 남짓 떨어져 있다. 이 소하천은 지방하천인 계성천으로 합류한 뒤 국가하천인 북한강으로 이어진다. 폭우에 의해 매몰지가 휩쓸려간다면 ASF 바이러스가 북한강을 따라 한강 이남으로까지 전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652마리의 야생멧돼지가 ASF 양성으로 판정됐는데, 많은 지역에서 이처럼 야생멧돼지 사체를 부실하게 관리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ASF 양성 야생멧돼지의 매몰방법이나 매몰지 선정 등에 대한 규정은 잘 지켜지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답을 내놨다.

박선일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야생멧돼지 사체 매몰지가 엉망으로 관리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폭우로 인해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발생한다면 ASF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에 전파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화천=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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