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저온 탓 아까시나무 꽃대 안 자라…꿀 생산 난항

입력 : 2020-05-22 00:00 수정 : 2020-05-23 23:55
양봉농가 이서우씨가 충남 천안시 병천면에 있는 자신의 벌통을 열어 지난해보다 확연하게 줄어든 벌 개체수와 꿀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천안=김병진 기자

유례없는 흉작에 양봉농가 울상…아카시아꿀 채밀현장 가보니

잦은 비에 ‘물꿀’ 많아 한숨

양봉농협, 수매기간 절반 동안 평년 10분의 1밖에 못 사들여

8월 시행 ‘양봉 육성법’ 기대



“일주일째 채밀을 하고 있는데 아직 한드럼(288㎏)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드럼 여섯개를 채웠을 시기인데 이러다가 올해 농사를 완전히 망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충남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일대에서 만난 양봉농가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양봉장은 채밀작업이 한창이어야 할 시기임에도 꿀벌도 사람도 모두 한산했다. 예년 이맘때면 시야를 가릴 정도로 꿀벌이 활발하게 활동했을 텐데 지금은 꿀벌들이 벌집 주변만 간간이 맴돌거나 아예 땅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채밀에 사용되는 벌집 원심분리기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곳에서 20년째 양봉업을 하는 이서우씨(61)는 “기록적인 흉년이었던 지난 2018년보다 더 작황이 좋지 않다”며 울상을 지었다. 4월말에서 5월초 사이 아까시나무에 꽃대가 형성되는데, 올해는 이 시기에 저온현상이 이어지면서 꽃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채밀기간인 이맘때 아까시나무에서 꿀이 잘 생산되려면 한낮 온도가 25℃ 정도 돼야 한다. 하지만 요즘 낮기온은 대부분 지역에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올해는 비까지 많이 내려 꽃대에 꿀이 맺히지 못했고, 채밀을 하더라도 수분이 과도하게 많은 ‘물꿀’이 주로 생산되고 있다”면서 “이런 수준이면 판매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11일부터 아카시아꿀 수매를 시작한 한국양봉농협도 올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우려했다. 양봉농협이 수매하는 평년 수준의 아카시아꿀의 양은 3000~4000드럼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는 수매기간이 절반 정도 지났지만 평년의 10분의 1밖에 수매를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 추세가 이달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양봉농협이 수매하는 아카시아꿀은 600드럼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역대급’ 흉년으로 꼽히는 2018년(1500드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민숙 양봉농협 상무는 “아카시아꿀 채밀이 가능한 이달 마지막주가 남아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올해 생산량을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4월말부터 저온현상이 지속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흉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원수의 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최근 양봉업에 뛰어드는 귀농·귀촌인이 늘어난 점도 양봉농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양봉농가들은 “올해 8월 시행을 앞둔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거는 기대가 크다”면서 “이 법을 통해 밀원수 확충은 물론 냉해를 잘 견디는 밀원수 품종 개량이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천안=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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