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단위 ASF 차단방역이 핵심…기본 원칙 충실해야”

입력 : 2020-03-27 00:00
(왼쪽부터) 박최규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정현규 (도드람양돈연구소장),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ASF 긴급 전문가 좌담회

봄철은 야생멧돼지 번식기와 농가 영농활동 시기 맞물려 ASF 확산 위험 특히 높아

주로 멧돼지 사체·분변 접촉한 사람·야생동물·차량 의해 전파

이동차단 대책 시행과 함께 포획사업 지속해 개체 줄이고 사체 수색활동 한층 강화를

축산선진국은 농장 안에서도 돈사 들어갈 때마다 의복 교체 사료차량이 농장 밖에서 급여

국내 사육돼지 감염 막으려면 위생관리 철저·전용 장화 이용 출입문 개폐장치 등 확충 절실
 


화사한 봄철을 맞아 오히려 떨고 있는 곳이 있다. 6개월 넘게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사투를 벌이는 양돈농가와 방역당국이다. 날이 풀리면서 야생멧돼지의 대규모 출산이 임박하고 들녘간 사람·차량의 이동이 빈번해지면서다. 이에 본지는 양돈농가의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ASF 차단방역을 주제로 긴급 전문가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 봄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농장 전파 가능성이 큰 이유가 뭔가.

▶박최규=야생멧돼지가 주로 봄철에 출산하기 때문이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개체수가 증가해 야생멧돼지 집단에서의 ASF 발생·확산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봄엔 먹이활동을 위해 농경지에 자주 출몰하는 등 야생멧돼지 활동반경이 넓어진다. 여기에다 접경지역 영농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오염된 환경과 접촉한 사람·차량을 통한 질병 전파 위험성이 커진다. 봄철 접경지역 ASF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정현규=ASF가 많이 발생한 동유럽의 데이터를 보면 1년 중 5월에 사육돼지의 ASF 발생이 늘어나 9월까지 계속된다. 이는 야생멧돼지 번식기간이 3~4월인 것과 관련이 깊다. 이 기간 야생멧돼지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농장 근처로 잠깐씩 내려오다 농작물이 활발히 자라는 4~5월에 본격적으로 출몰한다. 농작업 시기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 농민들은 통상 3월부터 농사 채비에 나선다. 4~5월엔 모내기를 정점으로 영농활동이 절정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5월부터는 파리 등 해충까지 들끓는다. 야생멧돼지의 소변·대변·침 등이 해충을 통해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육돼지로 옮아갈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조호성=봄이 되면 온습도가 높아지므로 ASF 위험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쉽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ASF가 아프리카의 풍토병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14~2019년 6년간 유럽 4개국 계절별 ASF 발생건수를 보면 가을 14건, 겨울 9건이었다. 하지만 봄과 여름엔 각각 64건, 36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새끼 출산으로 야생멧돼지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 전파 매개체가 되는 파리 등 곤충이 증가하는 것, 사람들의 영농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이 서로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시기가 바로 봄철이다.



― ASF 바이러스가 오염지역에서 가축으로 전파되는 주된 요인(경로)은.

▶조호성=국내 ASF 발생상황을 분석해볼 때 전파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감염된 야생멧돼지에 의한 양돈장으로의 전파다. 둘째 사람에 의한 양돈장 내부로의 유입이다. 특히 야생멧돼지에 의해 오염된 경작지 등에서 경작활동을 한 후 완벽한 대인 차단방역 조치 없이 양돈장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위험하다. 세번째 매개 곤충·동물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다. 감염된 야생멧돼지 사체에 오염된 매개 곤충·동물이 농장으로 들어와 오염시키는 것이다.

▶정현규=3월2~6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 ASF표준연구소에서 교육을 받고 국내로 안전하게 돌아왔다. 해당 교육은 ‘아시아·아프리카돼지열병 파이어맨(Fireman) 프로젝트’의 하나로, 일본 농림수산성 ASF 방역담당 공무원 6명도 참석했다. 교육에서 주로 얘기된 것이 농가를 통한 직접 접촉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야생멧돼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됐다. 사람과 동물·차량을 통해서다. 사냥꾼·농민이 멧돼지의 사체나 분변과 접촉해 집돼지로 옮길 수 있고, 오소리·너구리·고양이·쥐·새 등 야생동물이 야생멧돼지 사체를 접촉한 뒤 농장 근처에 와서 죽어 바이러스가 농장 안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신발이나 차량의 바퀴에 바이러스가 묻어 돼지우리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사료차량이 멧돼지 분변을 밟고 지나가면 바퀴에 분변이 묻고 이것이 농장 안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 야생멧돼지에서 ASF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은 뭔가.

▶박최규=이론적으론 감염된 야생멧돼지를 모두 제거하거나 감염 멧돼지 집단과 비감염 집단간의 직간접 접촉을 차단하면 야생멧돼지로 인한 ASF 확산을 멈출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야생멧돼지 포획과 함께 멧돼지의 지역간 이동을 막고자 광역울타리 설치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완벽 차단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야생멧돼지 이동 차단대책과 함께 포획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전체 개체수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정현규=우선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정부는 야생멧돼지를 올해에만 1만3000마리 이상 포획했다. 사체 수색활동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멧돼지는 사체를 먹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최대한 빨리 사체를 발견해 묻거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23일 기준 야생멧돼지 확진 사례 421건 중 살아 있는 멧돼지를 포획해 발견한 경우는 12건에 불과하다.



― 네덜란드·덴마크 등 축산 선진국 방역체계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정현규=외국에선 울타리 설치가 확실히 잘돼 있다. 농장 안에서도 돼지우리에 들어갈 때마다 신발과 옷을 다시 갈아입는다. 우리는 농장 입구에서 한번 갈아입는 정도다. 제일 보강해야 할 문제다. 선진국에선 사료차량이 농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밖에서 사료를 급여할 수 있다. 우리도 신규 농장이라면 이 방식으로 가야 한다. 프랑스·독일·스페인·일본만 해도 차량 운전기사들이 축사 쪽에 다가가지 못하게 교육하거나, 농장 외벽에 표시를 해 적극적으로 알린다. 또 우리나라 취약점이 외국인 근로자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유럽에선 양돈장에 대부분 현지인이 근무한다. 최근 중요한 조사결과가 국제학술지와 <일본농업신문>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8월 일본 연구진이 도쿄·오사카 지역 공항을 빠져나온 중국인을 대상으로 ‘혹시 돼지고기 관련 제품을 소지하고 들어왔는데 검역에 걸리지 않았습니까’라고 물었는데 2.8%가 ‘그렇다’라고 했다. 당시 중국 입국자는 600만여명이었으므로 무려 17만명이 무사통과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 국내 사육돼지 방역대책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나.

▶조호성=ASF는 아직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오로지 농장의 차단방역에만 의존해야 하는 무서운 가축전염병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구제역처럼 공기 전파가 되는 질병이 아니고 직접 접촉에 의해서만 전파되기 때문에 원칙에 충실한 농장 내외부 차단방역을 철저히 실행한다면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질병이기도 하다. 농장 내에 외부 사람·차량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사람·차량 소독시설, 농장 출입문 개폐장치, 돼지 폐사체 처리시설, 야생동물 차단시설 등 시설 확충이 절실하다. 축사에선 전용 장화로 반드시 갈아신고, 농장 외부에서 농사일을 한 후 손을 꼼꼼히 씻는 것도 기본이다.

▶박최규=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은 올해만 300건 넘게 지속하고 있고, 멧돼지뿐만 아니라 접경지역의 오염된 환경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접경지역 양돈장에선 지난해 10월초 14차 발생 이후 현재까지 ASF 발생이 단 한건도 없다. 바꿔 말하면 우리나라 ASF는 양돈장간 전파가 아니라 야생멧돼지나 오염된 환경을 매개로 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양돈장 차단방역만 철저히 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야생멧돼지와 오염환경으로부터 양돈장 안으로 유입되지 못하게 하는 농장단위 차단방역이 정말 중요한 이유다.

정리=김소영·양석훈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