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출하 전 절식’ 규정 있으나 마나…“명확한 기준 필요”

입력 : 2020-03-18 00:00
출하를 앞두고 절식에 들어간 돼지들. 사료급여기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출하 전 절식’ 규정을 잘 지키는 농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행 판별할 법적 근거 부족 단속 못해 양돈농가 위반 지속

품질 하락·오폐수 증가 등으로 사회적 비용 연간 수천억 들어

도축·육가공 업계, 대책 요구

식약처, 지속적인 농가 교육 참여 인센티브 지원 등 밝혀
 


‘가축 출하 전 절식’이 의무화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축 출하 전 절식을 지키지 않는 농가들이 상당히 많음에도 단속이나 처벌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본지가 충북·충남 등 도단위 지방자치단체를 조사한 결과, 최근 2~3년간 출하 전 절식 미이행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민들이 절식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딱히 처벌을 받지 않다보니 절식 규정을 지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 규정은 축산물 품질 하락, 사료 낭비, 도축장 오폐수 증가 등을 막고자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됐다.

축산물위생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르면 가축을 사육하거나 출하하려는 자는 출하 12시간 전부터 가축에 먹이를 주지 않아야 한다. 출하 전 절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자에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이 명령도 이행하지 않으면 1회 30만원, 2회 60만원, 3회 9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절식 규정이 안 지켜지는 것은 절식 돼지를 판별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과거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절식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자료를 배포한 적이 있지만 이는 참고용일 뿐 법적 효력이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축장 검사관은 “도축 전엔 육안으로 절식 여부를 확정하는 것이 어렵고, 도축 후 위를 확인하더라도 사료 종류나 각 돼지의 개체 특성에 따라 소화 정도가 다르다”면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절식 위반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출하 전 절식 미이행에 따른 연간 사회적 비용은 최대 8700억원(사육마릿수 1600만마리 기준)에 이른다는 게 농식품부의 추산이다.

이에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출하 전 절식 규정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워줄 것을 농식품부에 요청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도 최근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출하 전 절식 규정’이 철저히 이행되도록 지도감독과 단속·처벌을 강화해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단속뿐만 아니라 농가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전반적인 돼지값 정산체계 개선, 절식을 잘하는 농가에 인센티브 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농가의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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