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화업체에 ‘오리 폐사체 수거’ 떠넘겨…AI 방역 오리무중

입력 : 2020-01-15 00:00 수정 : 2020-01-18 23:55

정부, 예찰·검사 추진계획

업체 직원, 감염 확인 위해 폐사체 거둬 검사기관에 전달 소속 농가가 대신하는 경우도

한사람이 여러 농가 다녀 교차오염 위험 커 ‘조마조마’ 전문 가축방역관이 수거해야



‘조류인플루엔자(AI) 특별방역대책기간(지난해 10월~올 2월)’ 동안 폐사한 오리를 계열화업체가 수거하도록 한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이 축산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방역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여러 농가를 돌아다니며 폐사체를 수거하면 자칫 AI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서다.

오리업계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16년부터 매년 AI 특별방역대책기간에 농장에서 종오리와 육용오리가 폐사하면 한달에 한번 이를 수거해 AI 항원 유무를 정밀검사하도록 하고 있다. AI 발생 여부를 초기부터 살펴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역시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0년 AI 상시 예찰·검사 추진계획’을 최근 시·도 관련 기관과 생산자단체 등에 전달했다. 산란계·종계 농장의 경우 매월 공수의사와 가축방역관이 방문해 폐사체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계열화업체 소속 오리농가에서 폐사체가 나왔을 때 업체 직원이 이를 수거해 검사기관까지 싣고 오도록 한 대목이다. 스트레스나 일반 질병으로 폐사했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AI 감염축이라면 방역 전문가가 아닌 업체 직원이 이를 옮기다가 AI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오리산업은 97% 이상 계열화가 진행돼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업체마다 인력이 부족해 한사람이 하루에 농가 2~3곳을 방문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교차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직원은 “겨울철엔 폐사체가 많이 나오다보니 하루에 여러 농장을 다닌다”며 “수거를 하면서도 방역상 실수를 저질러 교차오염을 일으킬까봐 항상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심지어 농가가 직접 폐사체를 업체에 전달하거나 인근 검사기관에 가져다주는 일도 있다. 또 다른 업체의 이사는 “직원들 저마다 본연의 업무가 있기 때문에 수거작업에만 매달릴 수 없다”면서 “이들을 대신해 농가가 사무실에 폐사체를 직접 가져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북 정읍의 한 오리농가는 “업체 직원의 부탁으로 농장 인근의 동물위생시험소까지 직접 폐사체를 싣고 갈 때가 있다”며 “전북 부안이나 고창에 있는 농가는 거의 30㎞ 거리를 이동해 이 시험소에 오기도 하는데, 이들이 이동하면서 바이러스를 옮길까봐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농가의 불안이 커지자 한국오리협회는 방역 전문가가 폐사체 수거작업을 하도록 지침을 수정해달라고 최근 농식품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섭 오리협회장은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폐사체 수거와 도축장검사를 거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인력부족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성철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 사무관은 “전남 나주의 경우 오리농가가 130여개 몰려 있지만 폐사체를 거둬갈 방역 담당자는 3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또 이들은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업무까지 맡고 있어 사실상 업체 말고는 협조를 구할 곳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선호 기자 prefer@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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