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이력번호 관리비용 부담 커…산란계농가 ‘울상’

입력 : 2020-01-10 00:00 수정 : 2020-01-11 23:59
1월초 시행한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가 농가 경영난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역할 역시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의무표기’와 중복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진은 이력번호가 표시된 달걀.

가금·가금산물 이력제 시행

표기 장비 지원책 ‘전무’

난각 산란일자 표기와 중복 “시행 유예…구제책 마련을”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가 1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산란계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란 닭·오리·달걀의 유통을 단계별로 기록·관리하는 제도다.

산란계농가들은 이력제 시행으로 적자국면에 놓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장규모와 상관없이 이력번호를 관리할 인력이 필요하고, 농장 내에서 선별포장을 하지 않는다면 인근 달걀유통센터(GP)에서 이력번호를 받아야 해 유류비가 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 합천유정란협회는 닭 1만마리를 키우는 농가가 이력제 시행 후 매월 평균 73만5000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소규모 농가의 피해는 더 크다. 닭 1000마리를 키우는 농가는 매월 평균 251만7000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1명분의 인건비와 왕복 60㎞ 기준 유류비를 가정한 결과다.

농장 GP에서 자체적으로 이력번호를 표기해도 최대 1000만원 상당의 기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책은 아직 검토단계일 뿐 전혀 없는 상황이라 고스란히 농가의 경영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산란계농가들은 이력제와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의무표기’ 역할이 중복된다는 입장이다. 포장지에 적힌 이력번호를 조회하면 산란일자를 알 수 있고, 달걀 껍데기에도 농장번호가 적혀 있어 이중으로 정보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력제는 농림축산식품부, 산란일자 표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해 농가들 사이에서 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최근엔 합천유정란협회와 동물복지축산협회 소속 농가들이 제도 시행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을 방문해 이러한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농가들은 이 자리에서 이력제 시행 유예를 요구하고, 소규모 농가들에 대한 구제책 마련도 촉구했다.

원범식 합천유정란협회장은 “이력제와 같은 규제가 생기면 결국 소비자가격이 높아져 국내산 달걀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산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이력제 시행을 유예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통합해 농가의 편의와 소비자의 알권리 모두를 보장해달라”고 말했다. 

승종원 축산물품질평가원 이력지원처장은 “농가들의 애로사항과 문제점에 충분히 공감하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농가 교육과 표기장비 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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