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업체 “ASF 발생지역 인근에 있어 거래 끊겨…흑자 포기”

입력 : 2019-11-04 00:00

연관산업 피해 막대

돼지고기 수급 불안정 심화 가공업체, ‘수입 카드’ 만지작

지역축제 잇따라 취소 자영업자 “파리만 날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 한달 하고도 보름을 넘기면서 양돈농가뿐만 아니라 연관산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료업체·육가공업체와 자영업자들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ASF에 눈앞이 캄캄한 형국이다.



◆판매처 잃은 사료업체들=ASF 발생지역과 그 인근에 있는 사료업체들은 경기 북부에서 돼지 살처분·수매가 이뤄지며 사료 판매처를 대거 잃었다.

주로 경기와 강원 농가에 사료를 공급해온 A사료업체는 경기에서 돼지 15만여마리가 살처분을 당한 이후 사료 판매량이 급격히 줄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올해 흑자경영은 포기한 상태다. 더구나 이 업체는 경기 일부 농가에 외상으로 사료를 공급했는데 지금까지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살처분으로 실의에 빠진 농가를 찾아가서 외상값 내놓으라 할 수도 없고, 재입식할 때까지 기다리려면 최소 2년은 판매가 부진할 것”이라며 “철원지역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주변에서도 ASF에 걸린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나와 강원지역 판매처마저 잃을까 노심초사”라고 했다.

발생지 이외 지역의 농가에 사료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인천·강원에서 오는 사료는 잘 받아주지 않는 데다 ASF 감염을 우려한 농가들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인천은 항만도시라 사료업체가 밀집해 있는데, 5~9번째 ASF가 인천 강화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 거래를 끊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인천의 B사료업체 관계자는 “사료공장이 강화와 50㎞ 이상 떨어져 있지만 ‘발생지역’ 딱지가 붙어 다른 지역 일부 농가들이 거래를 중단했다”며 “사료업체들이 이중삼중으로 소독을 하고 있으니 농가들은 안심하고 사료를 구매해달라”고 호소했다.

◆경기 육가공업체들, 원재료 구하기 ‘진땀’=그동안 경기에서 돼지고기를 구매했던 육가공업체들은 물량이 부족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살처분·수매로 원재료 수급상황이 안 좋기 때문이다.

경기의 C육가공업체는 몇주째 새 거래처를 물색하고 있다. 기존에 거래하던 경기 연천·파주 쪽은 살처분·수매로 더는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육가공업체들은 보통 5~6개월, 규모가 큰 곳은 1년치의 원재료를 비축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계가 올 것이라는 게 C업체의 설명이다.

또 일부 육가공업체는 심한 돼지고기값 등락에 큰 손해를 봤다. ASF 발생 직전인 9월16일 전국 돼지고기 평균 경락값(탕박, 제주·등외 제외)은 지육 1㎏당 4403원이었으나 17일 5838원, 18일 6201원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10월2일부터는 3000원대에 들어섰고, 10월30일엔 2857원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업체는 ASF 발생 초기 무리하게 물량을 확보했다가 수억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D육가공업체 관계자는 “ASF가 터지면서 돼지고기가 부족해진단 소문이 돌아 1㎏당 2600원이던 뒷다리살을 9월 중순 20% 높은 값에 구매했었다”며 “빚까지 냈는데 돼지고기값은 떨어지고 소비는 안돼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업체는 ‘수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내에서 ASF가 언제 종식될지 가늠이 안돼 상대적으로 공급이 안정적인 외국산 돼지고기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E육가공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많은 육가공업체가 수입을 검토하는 건 사실”이라며 “국내산 돼지고기값이 헐값인데도 외국산은 수요가 늘어 전보다 가격이 오르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행사 취소에 자영업자도 눈물=피해는 연관산업뿐만이 아니다. ASF 차단방역을 위해 차량이동과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각 지역축제와 행사가 대거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이에 가을축제 대목을 기다리던 자영업자들도 한숨만 내쉬고 있다.

전국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키우는 충남은 홍성한우축제·광천토굴새우젓축제 등 10여건의 지역축제가 취소됐다. 이들 행사에 올 예상 방문인원만 50만명이었다. 북한 접경지인 강원도도 양구사과축제 등 여러 축제를 취소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충남 홍성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가을이면 관광객들로 붐벼야 하는데 올해는 그야말로 파리 날리는 분위기”라며 “정부가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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