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감염멧돼지, 연천 DMZ서 발견…방역 ‘비상’

입력 : 2019-10-05 16:43 수정 : 2019-10-09 23:07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 사진제공=환경부

야생멧돼지서 첫 검출 ‘북한 유입설’ 무게 실려

北 토착화 전망 나와 임진강 등 집중관리해야 멧돼지 실제 물길 넘어오기도

태풍 때마다 폐사체 등 떠내려올 수 있어 ‘예의주시’

사육돼지·야생멧돼지간 순환감염 주의해야

한돈협회, 거리별 대응 제안 발생농장 30㎞ 내 지역에선

포획틀 이용…그 외 지역에선 총기 사용해 개체수 감축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처음으로 ASF 바이러스가 검출돼 차단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는 2일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의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정밀진단한 결과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3일 밝혔다. 폐사체 발견지점은 남방한계선에서 북쪽으로 1.4㎞,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이다. ASF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는 죽은 지 오래지 않아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고, 외관상 다른 동물에 의한 손상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견으로 그동안 수차례 거론된 ‘북한 유입설’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ASF 발생농장은 모두 북한 접경지역에 있어 발생원인으로 북한의 야생멧돼지가 꾸준히 지목됐다. ASF는 4일 기준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9월17일), 경기 연천군 백학면(18일), 경기 김포시 통진읍(23일), 파주시 적성면(24일), 인천 강화군 송해면(24일), 강화군 불은면(25일), 강화군 삼산면(26일), 강화군 강화읍(26일), 강화군 하점면(27일), 파주시 적성면(10월2일), 파주시 파평면(2일), 파주시 문산읍(3일), 김포시 통진읍(3일) 등에서 모두 13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ASF 추가 발생을 막으려면 수로·육로를 통한 북한의 야생멧돼지 차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북한 토착화?…임진강 관리해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월17일 인천 강화군 교동면 인사리 해안가에서 야생멧돼지 3마리가 14시간 넘게 머물다 간 것으로 감시카메라를 통해 확인됐다. 이날은 국내에서 ASF 첫 확진사례가 나온 날이다. 군(軍)은 이들 멧돼지가 물길을 통해 월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야생멧돼지가 수로를 통해 남북을 넘나드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임진강·한탄강 등 접경지역 하천 주변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특히 북한에 ASF 토착화 가능성이 큰 만큼 이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역시 ASF 상시 발생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안남도에서 축산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탈북한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 역시 최근 NBS한국농업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방역에 취약해 ASF가 토착화될 우려가 큰데, 그 이후에는 남한도 상시 ASF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비해 집중관리해야 할 지역으로 임진강이 지목됐다. 4일까지 국내 ASF 발생지역을 보면 임진강이나 임진강물이 유입되는 한강 하구와 밀접하다. 30여년간 임진강 유역에서 어업에 종사한 한 주민은 “1970년대 홍수로 강물이 불어났을 땐 북한군 군복과 모자가 떠내려왔다”며 “2009년 북한이 황강댐을 방류했을 때도 강 주변에서 북한의 것으로 보이는 생활용품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현권 의원은 “하천과 수계지역이 야생멧돼지 월경 취약지역인 것으로 드러난 만큼 임진강·한강 등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태풍이 지나간 후 강물이 불어나면서 ASF 발생농가가 나타난 정황도 있는 만큼 하천구역의 시료 채취를 보다 광범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임진강을 통해 떠내려올 가능성에 대비해 하천수 바이러스 조사, 보트를 이용한 부유 폐사체 및 하천변 조사 등 예찰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DMZ 내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야생멧돼지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른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야생멧돼지는 1일 최대 15㎞까지 이동할 수 있어 개체수 조절을 서둘러야만 야생멧돼지간 순환감염이나 폐사체 매개를 통한 전파를 막을 수 있다. 또한 기존에 우려했던 야생멧돼지에서 사육돼지로의 ASF 전파가 아닌 반대의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이번에 발견된 야생멧돼지의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에 하나 사육돼지를 통한 ASF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럴 경우 ASF 상황은 지금보다 더 악화되면서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란 게 축산업계의 추측이다. 야생멧돼지의 활동성을 고려하면 이들을 통해 ASF가 확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또 사육돼지가 ASF에 감염되면 신속하게 개체를 파악해 살처분할 수 있지만, 야생멧돼지는 이런 조치가 어렵다.


이와 관련,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는 최근 “오염원인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해야만 ASF를 막을 수 있다”며 야생멧돼지 관리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야생멧돼지 관리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각 특성에 따라 관리한다. 4개 권역은 ASF 발생농장을 기준으로 위험(0~30㎞)·예찰(30~50㎞)·경계(50~100㎞)·그 외(100㎞ 초과) 등이다.


위험지역에선 폐사체 수색을 통한 오염원 조기 제거가 가장 중요하다. 총기를 사용하면 야생멧돼지가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면서 바이러스를 더 많이 전파할 위험이 커 포획틀 사용만 허용한다. 예찰지역부터는 총기 사용을 허용하며 야생멧돼지 개체수를 절반 정도 줄이는 게 목표다. 그리고 위험·예찰지역, 예찰·경계지역의 경계선을 따라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경계지역에선 모든 야생멧돼지를 소탕하고, 그 외 지역에선 개체수를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야생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서둘러야 2차 전파는 물론 국내 상재화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문희·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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