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가축 매몰용 FRP 탱크 미리 확보해야

입력 : 2019-10-05 16:34
방역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살처분한 돼지를 매몰하기 위해 섬유강화플라스틱(FRP) 탱크를 땅에 파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SF 추가 확산에 구제역 등 전염병 발생 겹치면 수급 우려

지자체, 예산·공간 부족으로 비축 꺼려…정부, 지원 필요

 

10월2~3일에도 경기 파주·김포에서 10~13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함에 따라 살처분 가축 매몰에 사용하는 섬유강화플라스틱(FRP) 탱크를 지방자치단체들이 미리 확보해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SF가 더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거나 가을·겨울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전염성 질병이 겹치면 FRP 탱크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현재 ASF로 살처분한 돼지는 대부분 FRP를 이용해 매몰한다. 질식사시킨 돼지의 사체를 FRP 소재의 대형 탱크에 넣어 땅속에서 썩도록 처리하는 방법이다. FRP 탱크는 철제 탱크와 달리 부식 위험이 없다. 가격이 비싼 스테인리스 탱크보다 가성비가 좋고 내구성이 강하다. 또 매몰하더라도 수십년은 안전하다. 이러한 이유로 근래 들어 AI나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가축 처리에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가축 매몰용 FRP 탱크를 비축한 지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하고 바로 동원할 수 있는 FRP 탱크 재고는 전국에 100개 수준이다.

보통 50t짜리 기준 FRP 탱크에 350마리의 돼지 사체가 들어가는데, 이 탱크 한개를 제작하기 위해선 약 이틀이 소요된다. 지금은 경기 북부 등에서만 ASF가 발생해 수급에 차질이 없지만, 확산하거나 AI·구제역까지 닥치면 비축분이 없어 그냥 매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가축 매몰용 FRP 탱크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업체는 현재 전국에 2곳뿐이다.


이동기 _점보탱크코리아 대표는 “9월17일 ASF가 발생한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문의전화가 오고 있다”며 “그렇지만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대부분 지자체는 FRP 탱크 비축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예산과 공간 부족을 이유로 꺼리고 있다. 별도 예산이 드는 데다 사들인다 해도 딱히 보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FRP 탱크를 비축해두면 좋지만 배정받은 예산이 없다”며 “대신 살처분 사태 발생 때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 연락망은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제주도의 경우 FRP 탱크와 이와 기능이 비슷한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탱크를 상비하고 있다. 제주도가 보유한 탱크만 해도 25t짜리 13개, 30t짜리 24개, 50t짜리 3개 등 모두 40개다. 제주에서 전염성 질병이 퍼졌을 경우 육지에서 탱크를 확보해 가져가는 데 수일이 걸리기에 2014년부터 취한 조치다.


조성철 제주 서귀포시 동물방역팀장은 “가축 사체 매몰에 따른 토양 및 지하수 오염에 대비하려고 도 차원에서 탱크를 일괄 구입해 각 시 방역물품보관소에 비치했다”며 “이렇게 하면 전염성 질병이 퍼져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지자체가 FRP 탱크를 일정량 마련해두도록 지원하고, 전국 물량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질병이 발생한 지역에 긴급 지원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전문가는 “FRP 탱크는 내구성이 강해 야외에 보관해도 된다”며 “가축질병 발생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지자체가 확실하게 보유하도록 국가가 지원·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우선영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겸임교수는 “최소한 질병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만이라도 FRP 탱크를 비축해두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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