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비수기 수급조절 차질 우려…추석 이후 지켜봐야

입력 : 2019-08-19 00:00 수정 : 2019-08-19 23:11

‘난각 산란일자 의무 표기’ 23일부터 전면 시행

농가, 표기 않고 진열·판매 땐 징역 3년·벌금 3000만원 이하

갓 생산된 달걀만 선호하는 ‘서열화 현상’ 심화할 수도

재고 헐값 처분 되풀이되면 농가 피해 막심…대책 필요



난각(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가 23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정부는 2월23일 이 제도를 도입해 현장에 적용해왔다. 다만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6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두고 처벌을 유예했다. 하지만 계도기간 종료 이후부터 모든 산란계농가는 달걀을 판매할 때 반드시 산란일자를 표기해야 한다. 농가들은 이 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달걀 서열화 현상’ ‘달걀 덤핑(헐값 판매)’ 등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23일부터 산란일자 표기 않을 땐 행정처분=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7월 전국에 있는 대형마트 28곳의 산란일자 표기율은 99%였다. 반면 슈퍼마켓·편의점 등 중소형 마트 902곳의 표기율은 대형마트보다 낮은 69%였다.

이렇듯 계도기간에 난각 산란일자 표기는 대형마트 위주로 시행됐다. 중소형 마트나 식당에 달걀을 납품하는 농가는 특별한 요청이 있지 않는 한 산란일자를 표기하지 않고 판매해왔다. 하지만 23일부터는 중소형 마트와 식당에 달걀을 납품하는 농가라도 산란일자를 꼭 표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는다.

우선 농가가 산란일자를 표기하지 않고 달걀을 진열·판매했을 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식용란수집판매업자가 산란일자를 표기하지 않고 판매했을 땐 영업정지 15일과 해당 제품 폐기조치를, 산란일자를 변조했을 땐 영업 허가·등록 취소 또는 영업소 폐쇄, 해당 제품 폐기 등의 처분을 받는다.

전대훈 식약처 식품안전표시인증과 연구관은 “남은 계도기간 동안 농가를 대상으로 제도 홍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23일 이후부턴 대대적인 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가들, “추석 이후 부작용 심각할 것”=농가들은 추석 이후부터 난각 산란일자 표기에 따른 부작용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애초 농가들은 제도 시행 전에도 갓 생산한 달걀만 선택하는 달걀 서열화 현상과 이로 인한 재고를 헐값에 내놓는 덤핑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든 농가가 산란일자를 찍고 또 달걀 비수기에 접어드는 추석 이후부터 수면 위로 본격 떠오를 것이라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통상 달걀 수요는 설·추석 연휴가 끼어 있는 주부터 1~2주 동안 감소한다. 가령 이번 추석(9월13일)의 경우 달걀 수요는 8일부터 21일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농가는 이 시기에 생산하는 달걀을 저온창고시설에 저장해뒀다가 차례대로 내다 판다. 자체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 추석부턴 난각의 산란일자 탓에 이러한 수급조절이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식용란수집판매업자나 납품처는 수집일 기준 가까운 일자에 생산된 달걀만 찾을 것이고, 농가는 요구에 맞는 달걀 위주로 공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추석을 시작으로 내년 설 명절, 달걀 비수기인 여름철 등 수요가 둔화할 때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럴 때 농가는 남은 달걀을 헐값에 팔거나 폐기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현상이 반복되면 자금력이 부족한 농가는 결국 농장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용란수집판매업자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경기지역의 한 식용란수집판매업자는 “산란일자가 오래된 달걀을 반품해달라는 마트가 있었다”면서 “달걀을 다시 갖고 오면 되팔 곳이 없어 막심한 손해를 보지만 ‘갑’인 납품처가 요청하니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납품처들이 노골적으로 반품을 요구할까 봐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계도기간에 나왔던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꾸준히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문제가 커질 텐데 더 많은 농가가 피해를 보기 전에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꼭 필요한 제도인지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가가 걱정하는 달걀 재고 발생과 가격하락은 산란일자보다는 산란계 사육마릿수 과잉 영향이 크다”면서 “제도를 재검토하기 전에 농가의 자율적인 마릿수 감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1일 기준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7140만500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5%(436만2000마리) 늘었다.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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