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체’ 이곳저곳 떠돌아도 손 안 쓰는 정부

입력 : 2019-07-22 00:00 수정 : 2019-07-22 23:57

가축질병으로 매몰된 사체 다른 지역으로 보낼 때 지자체 알릴 의무조차 없어

매몰 이후 관리지침 절실한데 정부, 지역간 이동 허용 입장

방역 구멍 우려…농가 불안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매몰 사체가 다른 지역으로 반출·반입된 사실이 최근 드러났지만 이렇다 할 재발방지책이 없어 축산농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초 강원 홍천의 한 용역업체는 2010년 구제역 파동 때 매몰처리됐던 소 사체를 경북 군위로 몰래 옮겨 퇴비화 작업을 하다 적발됐다(본지 7월10일자 7면 보도). 해당 사체를 다시 홍천으로 옮겨가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농가들은 “추후 얼마든지 이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구제역 사체 발굴·처리 때 세부 규정 없어=이번 사태가 축산농가들의 공분을 산 건 구제역 청정지역이었던 군위에 구제역 매몰 사체가 들어오는데도 군청 담당 공무원이 해당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규정상 매몰 사체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나 지역주민에 알릴 의무 또한 없다는 데 기인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은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살처분 사체처리 때 ‘농장 내에서 처리함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농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가축 매몰지 사후관리지침’에는 가축 매몰지는 3년을 기본적으로 관리하며, 해당 매몰지 사정에 따라 2년 더 관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연장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환경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을 경우엔 해당 사체를 발굴해 소각 또는 퇴비화할 수 있다.

문제는 ‘가축 매몰지 사후관리지침’ 부분이다. ‘살처분에서 매몰까지 발생지 내에서 처리’ 원칙은 SOP에 명시돼 있지만, 매몰했던 해당 사체를 다시 끄집어내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발굴·처리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세부 절차나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용역업체가 임의로 사체를 발굴해 다른 지역으로 반출·반입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 과정에 옮겨갈 지역의 공무원이 관여할 의무도 없어 이번 군위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방역당국, 여전히 지역 이동금지에 소극적=이처럼 사체 발굴·처리 과정에서의 지침 마련이 시급한데도 방역당국은 여전히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본지 보도 당일인 10일 농식품부는 가축 사체 관련 공문을 각 시·도에 배포했다. 공문엔 ‘사체 이동 시 운반차량 소독 및 세척 철저’ ‘악취저감조치 시행’ ‘가축방역관 또는 담당 공무원이 작업 확인’ 등 기존 SOP상의 지침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산농가들의 요구가 “매몰 사체의 지역간 이동을 막아달라”는 것이고 이번 군위군 사태의 핵심이 이동금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인데, 10일 배포한 공문엔 이러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던 것이다.

발굴·처리 관련 지침의 필요성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매몰 사체를 현장 처리하는 게 원칙인 것은 맞다”면서도 “지역간 이동을 완전히 막거나 해당 시·군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하도록 할 경우 사체처리가 지연돼 방역이나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역간 이동을 허용하는 현재 입장을 되풀이했다.

◆농가 불안감은 커져=이에 축산농가들은 “군위군과 같은 사례가 우리 지역에서도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가축 매몰 사체 발굴·처리 때 세부 운영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북 군산의 한 양돈농가는 “지역이동에 관한 금지규정이 없고, 해당 지자체에 알려야 할 의무도 없다면 얼마든지 우리 지역에도 해당 사체들을 몰래 들여와 처리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진동 전국한우협회 군위군지부장은 “전국의 수많은 구제역 매몰지에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며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해당 사체를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 매몰 사체의 발굴·처리 과정에서도 적용될 수 있도록 세부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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