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 접어든 양돈산업…“고돈가 기대심리 버리고 생산성 높여야”

입력 : 2019-07-12 00:00 수정 : 2019-07-13 23:47
양돈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돼지값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심리를 버리고 생산성 향상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고르는 모습.

축산농가 대비책은

중국 ASF 확산으로 국제 돼지값은 올랐지만

국내는 여름 성수기인데도 재고량 많고 소비 적어 약세 경영안정방안 마련 절실

달라진 소비패턴에 맞게 등급판정 기준 개선 목소리

장기적 소비촉진 대책 세우고 다양한 요리법 개발도 필요
 


수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온 돼지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고돈가 시대는 끝났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양돈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 침체기로 접어든 양돈산업의 현주소와 해결책을 알아본다.



◆농가, ASF로 가격 오를 거란 기대심리 버려야=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국제 돼지값은 오르는 반면 국내 돼지값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유럽연합(EU)산 돼지 1㎏당 지육값은 대중국 수출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8% 상승한 1.79유로(약 2371원)를 기록했다. 미국산도 2.0% 오른 1.84달러(약 2174원)였다.

반면 국내 돼지값은 여름 성수기인데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7월 첫째주 지육값(탕박 기준, 제주·등외 제외)은 1㎏당 422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37원)보다 약 23% 하락했다. 6월 평균 지육값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나 떨어진 4200원을 기록했다.

국제 돼지값과 달리 국내 가격이 맥을 못 추는 까닭은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국내 재고량이 많은 데다 소비도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가 전체 재고량을 추정한 결과 지난해말 기준 총 5만8058t으로 2017년말보다 70%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올 상반기 재고량도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선 농가들이 ASF 발생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심리를 갖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봉희 농경연 연구원은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비 절감 등 경영안정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자리걸음하는 생산성 끌어올려야=상황이 이렇다보니 농가 사이에선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이제부터라도 생산성 향상에 힘써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돼지값이 좋아 생산성이 낮아도 경영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다보니 농가들이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국내 양돈농가의 MSY(어미돼지 한마리당 연간 새끼돼지 출하마릿수)는 2015년 18마리, 2016년 18마리, 2017년 17.8마리, 2018년 17.6마리로 오히려 퇴보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비육돈 한마리당 순수익은 가격하락이 시작된 지난해(4만8000원)를 제외하고는 8만2000~9만7000원대를 형성했다. 낮은 생산성에도 일정 수익이 유지됐던 것이다.

이는 축산 선진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2017년 기준 축산 선진국의 MSY는 덴마크 31.3마리, 네덜란드 28.6마리, 독일 28마리, 미국 24.2마리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반면 이들 나라 농가의 순수익은 한마리당 2만원 정도에 머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돼지값이 우리보다 낮고 국가 차원의 지원도 전무한 축산 선진국에선 농가 스스로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다”면서 “그래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돼지값이 좋을 땐 생산성이 낮아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지금처럼 하락하면 생산성이 낮은 농가는 경영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도태되지 않으려면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기호 고려한 소비촉진방안 마련해야=할인·홍보 행사처럼 단기적인 소비촉진방안 외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2013년 7월 이후 단 한번도 바뀐 적 없는 현행 돼지도체 등급판정 기준을 달라진 소비패턴에 맞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가령 최근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지방을 꺼리는 소비자가 많아진 만큼 이런 현상을 반영해 등급별 등지방 두께범위를 조절하는 등 소비시장 위주로 등급판정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산 돼지만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청정 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라는 스토리텔링이 한몫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 양돈업계도 품종별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육류 섭취방법 변화에 따른 제품 및 요리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연화 한국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요즘 소비자는 기름이 떨어지고 연기가 난다는 이유로 집에서 고기 구워먹는 일을 번거로워한다”면서 “대신 간단히 조리해 먹는 스테이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섭취방법 변화에 맞춰 국내산 돼지고기를 이용한 손쉬운 요리법과 제품을 개발해 소개하면 소비에 도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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