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반 800t 새나간 구멍에 ‘ASF 복병’ 있다

입력 : 2019-06-26 00:00

한돈협회, 잔반 급여받는 돼지 마릿수 기준으로 계산 하루 잔반처리량 419t 나와

환경부 발표한 1219t과 차이 커

사라진 800t, 퇴비 혹은 미신고 잔반 급여농가로 흘러갔을 가능성 제기

열처리 잘 못하면 위험한데 환경부 “우리 소관 아냐”

환경부 통계 오류 있을 수도 “자료 정확하게 밝혀야”
 


돼지 사료로 적법하게 공급됐어야 할 잔반의 상당량이 불법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주요 전파 원인으로 지목되는 잔반 급여에 대한 전면 금지 요구가 거센 상황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한돈협 “800t 잔반 행방 묘연”=현재 돼지에 잔반을 급여하고 있는 농가는 모두 257곳(직접 처리 173곳, 전문업체 처리 84곳)이며, 이들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는 모두 11만6497마리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농가가 매일 처리하고 있는 잔반의 양은 1219t(직접 처리 668t, 전문업체 처리 551t)에 이른다.

하지만 대한한돈협회는 “잔반 돼지 사육마릿수를 기준으로 하루에 이들 돼지가 처리할 수 있는 잔반의 양을 역산해보니 환경부가 밝힌 1일 처리량(1219t)의 3분의 1(419t)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잔반 800t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돈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체 잔반 급여 돼지 마릿수에 한마리당 1일 섭취량 6㎏을 곱하고 80일령 미만 돼지와 출하를 앞둔 돼지(전체의 40%)를 제외해서 계산하면 전체 잔반 급여 돼지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잔반은 419t(11만6497×6×0.6=41만9389㎏)에 불과한 것으로 나온다”며 “여기에 1일 섭취량을 최대 8㎏으로 늘리고 제외해야 하는 돼지를 30%로 줄이더라도 1219t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밝힌 생체중 85~120㎏ 비육돈의 1일 평균 일반사료 섭취량은 2.67㎏이다. 이 정도면 잔반사료 6㎏에 해당한다는 게 한돈협회의 분석이다.



◆퇴비장·다른 농가로 불법유출됐다면 방역 큰 구멍=실질적으로 잔반 급여농가가 처리할 수 있는 419t의 잔반을 제외한 나머지 800t 잔반의 행방을 놓고 한돈협회는 두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선 사료용으로 써야 할 잔반이 퇴비장으로 흘러가 퇴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기 포천의 한 양돈농가는 “인근에 있는 잔반 급여농가를 방문했을 때 음식물쓰레기가 퇴비장에 쌓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며 “잔반 급여농가들이 사료 용도로 쓸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잔반을 가져와 일부는 사료로 쓰고 일부는 퇴비장에 섞어 퇴비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퇴비업자들에 넘겨지고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정부의 관리를 받는 257농가 외 미신고농가들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각급 급식소 등에서 거둬들인 잔반을 자가처리농가나 전문처리업체로 운송해주는 중간 운반업체들이 있다”며 “이들이 불법 잔반 급여농가에 일부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퇴비장으로 흘러갔든 미신고농가로 불법 유출됐든 둘 다 잔반 열처리를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불법 휴대축산물 반입 시 과태료를 최대 1000만원까지 상향했는데도 여전히 적발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또 그렇게 들어온 불법 축산물들이 암암리에 판매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ASF 바이러스 통제가 과연 가능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ASF 발생국에서 반입한 불법 휴대축산물이 음식물쓰레기로 처리된 이후, 정식 돼지 급여용 잔반으로 쓰이지 않고 열처리 없이 이처럼 퇴비장이나 미신고농가로 유출된다면 ASF 발병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상원 한국히프라 수의사는 “ASF 바이러스는 생존력이 강해 제대로 열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잔반 상태에서 수십 수백일 생존할 수 있다”며 “농가 퇴비장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ASF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나 다름없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섭 한국양돈수의사회 회장도 “잔반은 80℃에서 30분간 끓여야 ASF 바이러스가 사멸하는데, 만약 불법 농가로 흘러들어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방역에 치명적인 허점이 생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환경부는 “불법적으로 처리되는 잔반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불법적인 부분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환경부가 밝혀온 돼지 잔반 1일 처리량(1219t) 통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환경부가 잔반 급여 전면 금지 요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온 만큼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풀린 숫자를 제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축산업계 일각의 문제 제기다.

한돈협회 관계자는 “환경부는 정확한 잔반 급여 통계 및 근거를 제시하고, 이 기회에 잔반 급여 전면 금지를 통해 방역에 추호의 허점도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하늘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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