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제한지역 내 축사, 매입할 부지 없고 설계사무소·지자체도 외면…꽉 막힌 해법

입력 : 2019-06-24 00:00

시급히 이전해야 하지만 까다로운 규정 탓에 새로운 곳 찾기 어려워

설계사무소, 다른 땅 침범 등 처리사항 많아 대부분 꺼려

지자체, 주민 민원 제기될까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일쑤



“누가 좀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세요.”

경기 화성의 낙농가 김모씨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30여년 한자리에서 운영해온 목장을 옮기느냐 아니면 문을 닫느냐다. 그가 고민하는 이유는 목장의 60%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해당해서다. 김씨는 “1980년대 후반 목장을 지을 당시 이곳에 축사를 마련해도 된다는 군(郡)의 허락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목장을 철거하라니 그저 암담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는 목장을 이전하라고 얘기하지만, 축산규제가 심해진 상황에서 어디로 옮기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며 “이 축사를 철거하면 젖소를 키울 공간이 없어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적법화를 하고 싶어도 뜻대로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농가는 김씨뿐만이 아니다. 개발제한구역뿐 아니라 수변구역과 문화재보호구역, 상수도보호구역 등 입지제한지역 내에 있는 농가들 대다수는 현행법상 적법화할 방법이 없다. 정부 역시 이런 상황을 고려해 입지제한지역 내 농가는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정했다. 청문절차를 거쳐 축사 이전기간을 부여하고, 이 기간엔 행정처분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산업계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한 관계자는 “까다로운 규정 탓에 축사 부지를 매입하기가 힘든데 어떻게 새로운 곳으로 옮기겠느냐”면서 “농가 원성을 피하고자 급히 내놓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농가의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적법화에 대한 지자체와 설계사무소의 비협조로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잇따른다.

경남지역의 한 한우농가는“설계사무소에 설계도면 작성을 의뢰해도 건폐율, 다른 부지 침범 등 처리해야 할 것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곳이 많다”면서 “업체에서 의뢰를 받아들이더라도 한 업체에 여러농가가 요청하다보니 업무가 지연돼, 농가들이 애태우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나서 설계사무소를 독려하는 등 농가편의를 봐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일반 주민들의 민원을 우려해 외면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웃주민의 땅에 축사 일부가 있는 농가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해당 땅을 사려고 해도 주인이 팔지 않거나 가격을 몇배 이상 올려 부르는 것이다. 한 지역의 현장 상담사는 “가격을 비싸게 주고서라도 땅을 사면 다행”이라며 “최악의 경우는 농가가 땅을 사들이지 못하면 토지사용승낙서를 땅주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해주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당수 농가가 적법화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움을 겪자 축산업계에선 이들에 대한 구제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입지제한지역 내 농가, 지자체의 비협조로 제동이 걸린 농가 등 적법화 의지가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이들에겐 이행기간이 끝나도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는 등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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