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이력제 뒤흔드는 ‘출생신고 고의 지연’

입력 : 2019-05-17 00:00 수정 : 2019-05-18 23:35
송아지 출생신고를 제때 하지 않는 일부 농가 탓에 소 이력제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월령에 비해 덩치 커야 비싸게 팔 수 있어 일부 농가, 출생신고 늦춰

소 이력제 정확도 떨어지면 수급대책 등 정책 혼란 발생

감독 강화하고 과태료 상향을 “한우산업 발전 동참해야”
 


송아지 출생신고를 고의로 늦추는 일부 농가 탓에 소 이력제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농가는 송아지 생산·이동·폐사 등 사육마릿수에 변화가 생기면 5일 이내에 지역축협이나 농업법인 등 관할 위탁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이는 소 사육에서부터 쇠고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으로 관리하는 소 이력제의 첫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를 잘 지키지 않는 일부 한우농가가 있다는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출생신고를 지연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안성의 한 한우농가는 “가축시장에 가보면 월령보다 비육상태가 양호해 보이도록 출생신고를 일부러 늦게 한 농가들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월령에 비해 덩치가 큰 송아지가 가축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린다는 점을 노려, 고의로 신고를 지연해 송아지 나이를 낮춘다는 것이다. 이 농가는 “무려 2개월 정도 신고를 늦춘 농가도 있었다”면서 “이들 때문에 제때 신고한 농가는 가축시장에서 상대적으로 80만~100만원 낮은 경락값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월령을 속이는 행위가 단순히 농가피해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 이력제는 2017년 9월부터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를 대신해 소 사육마릿수를 예상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자단체나 정부는 이 자료를 근거로 수급조절대책을 수립하고 가격 등락을 가늠한다. 따라서 농가에서 변동사항을 제때 알리지 않으면 이력제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고 결국 산업에 필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일대 혼선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축산물이력제의 월령별 소 사육현황을 보면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확연히 드러난다.

한우를 예로 들면 올 1월에 4개월령 송아지 마릿수는 4만9309마리였는데 2개월 후인 3월에 6개월령 마릿수는 4만9429마리로 120마리나 늘었다. 또 지난해 3월 3개월령 이하인 송아지는 16만9176마리였지만 올 3월 이들 나이대에 해당하는 13~15개월령 송아지는 모두 21만3085마리로 집계됐다. 1년 새 무려 4만3909마리의 송아지가 늘어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6개월령 미만의 송아지는 폐사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마릿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인데, 반대로 증가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면서 “일부 농가들이 출생신고를 늦게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우업계에선 이력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송아지 출생신고율 제고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삼수 농협경제지주 한우국장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강화, 미신고·지연신고 농가에 대한 과태료 기준 상향조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농가들도 이력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전체 한우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농가에 대해선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 2차 20만원, 3차 40만원, 4차 이후 16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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