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국내 유입 땐 돼지 100만마리 살처분”…방역 고삐

입력 : 2019-05-10 00:00 수정 : 2019-05-10 23:33

[뉴스&깊이보기] 중국 전역 ASF 확산…업계 ‘긴장’

국제 돼지고기값 요동 한돈협회, 모돈 감축 취소 쇠고기시장에도 변화 조짐

정부, 잔반관리 강화 나서 경기·강원 지자체, 야생멧돼지 잡아 ASF 검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을 강타하면서 이웃나라인 우리나라도 농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혼돈과 긴장의 연속이다. ASF는 치사율 100%의 돼지 전염병으로 아직 마땅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 국내에 유입될 경우 직간접적 피해액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SF를 막을 방법은 단 하나, 철통방역뿐이다.



◆돼지고기값 요동에 축산업계 혼란=국내에 ASF가 발병한 것은 아니지만 중국 ASF 여파로 국제 돼지고기값이 요동치면서 축산업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4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팔린 삼겹살의 평균가격은 100g당 2663원으로 3월(2286원)보다 17% 올랐다. 중국 ASF 후폭풍이 전세계 돼지고기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가량(49.3%, 2018년 기준)을 차지하는 나라인데, 지난해 8월 ASF 발병 이후 102만마리를 살처분해 돼지고기가 모자라는 상황이다.

김용철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장은 “ASF로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이 늘면서 국제 돼지고기값이 함께 오르는 추세”라며 “국내 돼지고기값도 영향권에 놓여 시장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한돈협회는 4월 계획했던 모돈 감축을 전면 취소했다. 한돈협회는 연초 출하마릿수 증가로 돼지값이 하락하자 3월말 모돈수를 10% 감축하기로 결의했으나 돼지고기값이 오르며 이 계획을 철회했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돼지고기값이 높은 상황에서 한돈농가가 모돈 감축에 나서면 감축한 양만큼 외국산으로 대체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값이 오르자 쇠고기 등 대체재시장에도 변화가 일 조짐이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4월 300만원대 후반이던 6~7개월령 수송아지값이 3일 기준 405만원에 달했다”며 “여기엔 한우고기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한 농가들의 기대심리가 커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SF 유입 땐 한돈산업 초토화=국내에 ASF가 유입되면 사실상 한돈산업은 초토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종합컨설팅업체인 정P&C연구소는 지난해 ASF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한국에서 ASF가 발병했을 때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이 약 1조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ASF가 발병하면 현재 사육마릿수 1000만마리의 약 10%인 100만마리를 불가피하게 살처분해야 한다. 약 2500억원 손해다. 또한 모돈 사육마릿수도 10~15% 줄어 연간 매출액이 10%(약 595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양돈 사료 판매량도 10% 줄어 약 24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점쳤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1100여건의 ASF 발병으로 돼지 200만마리를 잃었고, 살처분·이동제한·재입식 등에 따른 직간접적 손실이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ASF가 발생하면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ASF 발생 시 돼지고기 소비변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ASF가 발생하면 소비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73.1%(441명)였다. 농경연 관계자는 “과거 가축질병 발생사례를 보면 발병 직후 축산물 안전성에 대한 의심이 커져 소비량과 가격이 함께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차단방역만이 유일한 답=정부는 ASF 국내 유입을 막고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먼저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해 불법 휴대축산물 반입 시 과태료를 대폭 상향키로 했다. 1회 위반 시 10만원인 과태료가 6월1일부터는 500만원으로 오르고, 3회 이상 위반 때는 1000만원까지 부과된다.

잔반관리도 강화해, 환경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요청하면 열처리가공장을 거친 잔반사료만 공급하도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이른 시일 안에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혔다. 잔반을 통한 ASF 전파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항공기·여객선에서 ASF 관련 안내방송을 의무화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과 불법 휴대축산물 과태료 미납자의 출입국을 제한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정부의 차단방역 노력에 발맞추고 있다.

야생멧돼지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어, 경기·강원 등 북한과 인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야생멧돼지를 포획해 ASF 검사를 하고 농가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협도 최근 개최한 ASF 긴급 방역점검회의에서 농협공판장 출하농가를 대상으로 한 관리 강화, 외국인 근로자 방역관리 및 교육, 범농협 조직을 통한 대국민 홍보 등을 추진키로 했다.

3일 생산자단체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ASF 예방 캠페인을 벌인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언제라도 ASF가 유입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막대한 국가적 피해를 가져오는 만큼 차단방역에 만전을 기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박준하·박하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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