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번호 없는 수입 돼지고기 태반…“제도 강화해야”

입력 : 2019-04-15 00:00 수정 : 2019-04-15 23:53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정육점에 진열된 핀란드산 돼지고기(원 안). 이 상품에만 이력번호가 빠져 있다.

이력제 도입 100일, 현장 가보니

서울 시내 정육점 미표기 많아

알려달라 요청하니 문전박대 소비자들은 이력제 시행 몰라

원산지 둔갑은 나날이 증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관리·감독 강화 목소리 커져 소비자 홍보·제도보완 필요
 


수입 돼지고기 이력제가 도입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상당수 업체가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도가 유명무실해지지 않으려면 홍보와 함께 처벌 강화, 품종표시 추가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수입 축산물 이력관리제’ 적용 대상이 기존 쇠고기에서 돼지고기로 확대됐다. “수입 축산물 유통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부응하고자 제도를 도입했다”는 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설명이다.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라 축산물 판매업자는 수입 돼지고기를 판매할 때 포장지나 판매표지판에 이력번호를 표기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40만원(1회 적발)에서 320만원(4회 이상 적발)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10일 본지가 서울 시내 여러곳의 정육점을 취재한 결과, 대다수 정육점에서 수입 돼지고기에 이력번호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정육점에선 이력번호가 표기돼 있지 않은 핀란드산 돼지고기의 이력번호를 주인에게 요청하니, “알려줄 수 없다”며 “당장 나가라”고 문전박대하기도 했다.

이처럼 식육 판매업체들에 대한 지도·교육이 부족한 것과 함께 소비자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작구 신대방동에 거주하는 홍성중씨(32)는 “수입 돼지고기를 자주 사 먹지만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지는 몰랐다”며 “어디에서도 이력제가 도입됐다는 홍보 문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수입 돼지고기의 원산지 둔갑사례가 늘면서 이력제의 전반적인 관리·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1월 원산지 표시와 관련한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돼지고기 품목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증가한 180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수입육 이력제에 대한 상시 점검 등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가짜 이베리코 유통사태와 같은 ‘품종 속이기’를 막으려면 수입 축산물 이력제에 품종도 확인할 수 있도록 통관상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원산지·도축장·가공장·수출업체 등의 정보는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돼지고기가 무슨 품종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유통단계에서 ‘제2의 가짜 이베리코 사태’를 막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손쉽게 품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나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태조사와 기준이 마련되면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검역기관과 연계해서 이력제 표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수입 돼지고기 이력번호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수입 돼지고기에 부여하는 12자리 고유식별번호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만든 축산물이력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해당 상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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