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협회, 가격공시 잠정 중단한 이유는?

입력 : 2019-01-28 00:00

일부 유통상인, ‘달걀값 공시’ 악용해 폭리

소비부진 이유로 헐값 매입 도소매점엔 공시값 내걸며 비싸게 되팔아 부당이익

농가에 대금 사후 정산 때 거래값 담합·통보 의혹도

양계협회, 공정위 조사 요청 일각선 대금정산 혼란 우려
 

① 가격이 표기되지 않은 거래명세표. ② 대한양계협회가 발표한 2018년 5월 산지값(아래)과 같은 달 한 농가가 유통상인으로부터 받은 거래명세표(위). 가격차이는 65원이었다.


최근 일부 달걀 유통상인(식용란 수집판매업자)의 산지값 악용 사례가 늘자, 대한양계협회(회장 이홍재)가 가격공시 잠정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양계협회에 따르면 달걀산업엔 가격을 공정하게 결정할 수 있는 도매시장이 없어 생산자단체인 양계협회가 각 시·도별 산지 거래상황을 조사해 산지값을 발표한다. 그러나 일부 유통상인은 자신의 부당이익을 위해 이 가격정보를 악용해왔다.

유통상인은 농가로부터 달걀을 사들일 땐 산지값보다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원 낮은 가격을 적용한다. 일명 DC(디씨·할인)라 불리는 이 행위는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 잡았다.

실제 양계협회가 2018년 산지값과 농가 수취값을 조사한 결과, 특란 한개당 평균가격은 103원이었다. 하지만 농가가 유통상인에 판매한 가격은 산지값보다 30원 적은 평균 73원으로 확인됐다. 농가가 하루 1만개의 달걀을 생산·판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30만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통상인이 도소매점에 달걀을 되팔 땐 산지값을 근거로 거래한다. 김재홍 양계협회 경영정책국장은 “일부 유통상인은 달걀을 사들일 땐 소비가 안된다는 이유로 산지값보다 훨씬 낮게, 팔 땐 산지값이 이렇게 형성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부당이익을 챙긴다”면서 “농가는 달걀을 생산하고도 제값을 받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소비자는 실제보다 비싼 가격에 달걀을 사 먹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후장기 거래’로 불리는 달걀대금 정산방식 탓이다. 이는 사후 정산방식으로, 농가는 그달 판매한 달걀값을 다음달초 한꺼번에 정산받는다. 이때 근거가 되는 것은 유통상인이 농가에 주는 거래명세표다. 하지만 이 명세표에는 달걀값은 기재돼 있지 않고 수량과 품목만 적혀 있다. 유통상인이 얼마든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유통상인들이 실거래가격 정보를 서로 교환한 뒤 가장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농가에 통보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이천에서 산란계 10만여마리를 사육하는 한 농가는 “다른 유통상인인데도 같은 시기, 같은 가격을 농가들에 통보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는 유통상인들끼리 거래가격을 담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실 이런 행위는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졌지만, 2017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과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이후 더 심해졌다”면서 “이 때문에 경영난으로 휴업·폐업하는 농가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피해농가가 잇따르자 양계협회는 최근 산지값 발표를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유통상인의 거래행위를 면밀히 조사해줄 것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이홍재 협회장은 “달걀값 하락, 소비위축 등으로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진 달걀산업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공정위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양계협회의 가격 발표 중단이 업계의 또 다른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관계자는 “산지값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거래하는 유통상인도 있다”면서 “이달치 정산은 2월초에나 이뤄질 텐데 그때까지도 가격이 발표되지 않으면 이들이 달걀대금을 계산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최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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