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 적법화 이행기간 1년 이상 주고 건축법 등 개선을”

입력 : 2018-10-10 00:00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률이 예상보다 높은 94%를 기록했지만, 실제 적법화로 이어지려면 소 축사의 가설건축물 인정범위 확대 등 핵심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무허가축사 모습.


무허가축사 적법화 이행 연착륙하려면

이행계획서 94% 냈지만 측량계획만 적어낸 농가 많아 평가 자체 곤란한 경우 발생

정부, 합동점검반 운영 방침 가설건축물 인정범위 확대 건폐율 상향 조정 등 과제 산적

입지제한구역 구제안 마련 시급 지자체도 적극 협조 나서야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이행계획서 제출이 9월27일로 마감됐다. 정부에 따르면 이행계획서 제출률은 94%로 최종 집계됐다. 80%도 넘기 어려울 것이란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실적이다. 정부와 농협·축산단체 등이 힘을 모아 추진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적법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적법화를 가로막아왔던 제도가 실제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행계획서 낸 농가엔 최소 1년간의 이행기간 일률적으로 부여해야=정부는 9월27일 이행계획서 제출을 마감한 결과 대상농가의 94%인 4만2000여가구가 완료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 농가는 이행계획서 내용에 따라 9월28일을 기준으로 최대 1년의 이행기간을 부여받아 무허가축사를 법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나머지는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정부는 앞으로 관계부처 합동점검반을 운영해 현장문제를 해소하는 등 적법화를 적극 지원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적법화 과정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14일 안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평가하고 적법화 이행기간을 부여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농가의 상당수가 이행계획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행계획서엔 원래 법 위반내용부터 현황측량 성과도와 계약서, 위반사항 해소방안, 적법화 추진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하지만 이행계획서 제출 실적이 부진하자 정부는 지역축협이 축산농가의 측량계획을 담보하면 이행계획서 제출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선 “측량계획만 적어낸 이행계획서가 부지기수라 평가 자체가 어렵다”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축산업계는 지자체별로 이행기간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행계획서 제출농가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일률적으로 부여, 형평성에 대한 문제 없이 충분한 적법화 추진기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설건축물 인정범위 확대 등 핵심사항 개선해야=농가가 이행기간을 부여받더라도 실질적인 적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7월말 축산업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37개의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지만, 그동안 적법화 걸림돌이었던 핵심과제는 제외돼서다.

당장 건축법부터 살펴야 한다. 현행 건축법상 개방형 소 축사의 가설건축물에 대한 인정범위 확대가 대표적인 예다. 밀폐된 돈사 및 일반 건축물과 달리 소 축사는 벽이 없고 기둥·지붕만 설치돼 사방이 트인 구조물이라 설치·해체가 쉽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 소 축사는 벽 또는 지붕 재질이 합성수지이거나 합성강판이면 가설건축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축산업계의 요구다. 현재는 벽 또는 지붕 재질이 합성수지이거나 지붕면적의 50% 이하가 합성강판일 때만 가설건축물로 인정된다.

김삼수 농협경제지주 무허가축사특별지원단장은 “가설건축물에 대한 인정범위가 확대되면 건폐율과 이격거리 등의 기준을 적용받지 않아 적법화가 훨씬 쉽다”고 강조했다. 건폐율은 대지면적에서 건축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고, 이격거리는 부지 경계선과 축사까지 띄워야 하는 법정거리다.

건폐율의 상향 조정도 해결과제다. 보전관리지역·생산관리지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의 건폐율은 시·군 조례로 60%까지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도시 개발에 따라 이들 지역이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되면서 문제가 됐다. 계획관리지역의 건폐율은 4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건폐율을 위반하게 된 축사는 일부를 헐든지 땅을 추가로 구입해 건폐율을 맞춰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과 같은 입지제한구역의 구제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이들 지역의 축산농가는 적법화 절차를 밟을 수가 없다. 이중 상당수 농가들은 입지제한구역 지정 이전부터 가축을 사육해온 만큼 적법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밖에 ▲개발제한구역·군사보호구역·공원자연환경지구 내 축사면적 상향 조정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학교·축사간 거리제한 완화 ▲지적 측량수수료 감면 등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정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지금대로라면 상당수의 축산농가가 축산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환경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각종 규제는 서둘러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구된다. 그동안 상당수 지자체는 ‘민원’을 내세워 법적 근거가 없는 주민동의서를 요구하는 등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아 적법화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축산농가들은 “지자체들이 발상을 전환해 축산을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억·윤슬기 기자 eok112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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