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긴급행동지침 미흡…세밀한 대응책 필요하다”

입력 : 2018-09-14 00:00
농림축산검역본부 직원들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입을 막고자 인천국제공항에서 탐지견을 이용해 검역하고 있다.

가축질병 전문가 지적

구제역 살처분 요령과 같아 매몰 때 쓰는 생석회로는 바이러스 잔존 위험↑

지하수 통해 전염될 수도

도축장 감염 땐 빠르게 확산 SOP에 특별 대책 담아야

야생멧돼지 사체 처리 관련 신고 절차 등 지침 마련을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11일 기준 14건까지 확인됐다. 국내 방역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ASF의 국내 유입 방지에 힘을 쏟는 한편 국내 발생 때 필요한 긴급행동지침(SOP)을 8월말 마련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발표한 SOP에 ASF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았다며 보완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살처분 사체 매몰해도 되나=ASF 발생국은 모두 살처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백신·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탓이다.

우리나라도 SOP에 살처분과 관련된 내용을 담았다. 발생농장 사육 돼지, 발생농장 소유자가 다른 지역에서 키우는 돼지, 그 외 역학적으로 감염이 의심되는 돼지 및 감수성 동물(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동물)이 살처분 대상이다. 또 반경 500m 이내의 지역에서 사육되는 감수성 가축까지 살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의 살처분 요령과 동일하다.

문제는 매몰 방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제역에 준해 설정된 살처분 및 폐사축 처리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소각 또는 렌더링(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해 기름 등으로 분리하는 것) 처리를 원칙으로 하되, 이들 방법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매몰지 선정기준에 따른 적정한 장소에 매몰한다’는 SOP의 규정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산도(pH)에 매우 강하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pH 5 이하의 강산성이나 pH 10 이상의 강알칼리성에서 없어지지만, ASF 바이러스는 pH 10 이상에도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 살처분 사체 매몰에 이용되는 생석회 처리로는 ASF 바이러스가 잔존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ASF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 가축 사체를 모두 렌더링 처리하고 있다.

한 수의 전문가는 “매몰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의 사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폐사축과 살처분 사체를 땅에 묻고 있는 중국에서 벌써 지하수 오염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염된 지하수를 통해 ASF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밖에 발생농장을 청소·세척할 때 분뇨 등의 pH를 11.5 이상이 되도록 처리한 뒤 배출토록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축장 특별 대책 필요=도축장에서 ASF 감염이 확인됐을 때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의 사례를 보면 두번째 발생이 정저우시의 도축장에서 나오며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SF 감염이 확인된 해당 도축장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가공업체이자 미국의 거대 육가공업체 S사를 인수하기도 한 중국 W그룹 산하 도축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취급 물량이 워낙 많아 중국 전역의 농장과 거래하는 만큼 이곳에서의 발생이 질병 확산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축장 발생이 확인되면 중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클 것이라고 축산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부 도축장에 물량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 한 도축장이 마비되면 유통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현규 한국양돈수의사회장은 “도축장에서 ASF가 발생하면 역학조사를 통해 발생일을 기준으로 과거 21일 이내에 도축장을 드나든 사람과 차량에 대해 이동제한을 해야 한다”며 “도축장은 물론 예냉실과 가공실에 들어간 물량에 대해서도 모두 조사해야 하는 만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OP에 도축장 감염 때의 특별 대책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생멧돼지 폐사축 발견 때 대책도=수렵인 등 야생멧돼지와 접촉하기 쉬운 사람들을 위한 지침 마련도 요구된다. 현재 발표된 SOP에는 농장주·농장근로자·수의사 등 축산 관계자의 행동지침만 담겨 있다.

정병일 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 과장은 “야생멧돼지 사체를 발견했을 때 신고 절차와 처리 방법 등에 대한 교육·홍보가 수렵인 등에게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며 “방역교육을 위한 정확한 정부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수렵인이 야생멧돼지 사체를 발견했을 때도 즉시 신고토록 하고, 사체 이동도 금지하고 있다. 이후 신고를 접수한 방역당국이 수렵인의 위치를 위성항법장치(GPS)로 추적해 사체를 격리한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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