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를 막아라”…중국산 축산물 유입차단에 검역 사투 중

입력 : 2018-09-10 00:00
중국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국경검역이 강화된 가운데 6일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직원들이 입국장에서 중국발 비행기를 타고 온 승객들의 반입금지 품목 소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반입금지 품목은 육류·햄·소시지·고기만두 등이다. 인천=김병진 기자

국경검역 현장 인천국제공항 가보니

반입 의심 짐엔 ‘주황색 자물쇠’ 승객 “내 돈 주고 산 것 왜 뺏나”

기내수하물 검사엔 탐지견 투입 핸들러 고작 18명…업무강도 ↑

하루에 항공기 4대만 일제검사

탐지견 피하고 검사 제외 땐 축산물 국내 유입 가능성 커

반입 금지 모르는 여행객 많아 국민·축산관계자 대상 홍보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5일 여행객의 휴대축산물에서 발견됐다. 이번이 두번째다. 8월25일 첫 발견 땐 순대·만두였고 이번엔 순대와 소시지였다. 휴대 축산물을 통한 ASF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경검역 현장을 살펴보기 위해 6일 인천공항을 찾았다.



◆중국발 비행기 도착 때마다 축산물 와르르=이날 오후 1시께 중국 다롄(대련)발 항공기 탑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서편에 위치한 11번 위탁수하물 벨트에서 짐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엑스레이(X-ray) 검사를 거친 수하물 중에는 ‘축산물이 들어 있는 것으로 의심됨’이라는 의미로 주황색 자물쇠를 달아놓은 짐들이 눈에 띄었다. 8월3일 중국에서 ASF가 발병한 뒤로 중국발 항공기의 위탁수하물은 모두 엑스레이 검사를 받게 돼 있다. 자물쇠가 부착된 짐은 휴대품 검역소에서 가방을 열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대에서 짐을 열자 중국산 햄·소시지 등이 나왔다. 모두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다. 검역관이 축산물 반입 금지조항을 설명하고 수거한 물품을 폐기하겠다고 말하자 탑승객 사이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은 중국어로 강한 항의를 표시하며 폐기 관련 서류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버텼다. 어김없이 검역관과 실랑이가 이어졌다.

한 검역관은 “내 돈 주고 산 제품을 왜 뺏어가느냐며 압수(수거) 및 폐기에 응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 검역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귀띔했다. 동식물 검역은 기본적으로 각종 전염병이나 세균·바이러스 침입을 막기 위한 과정이다보니 압수와 폐기가 기본인데, 이에 거부감을 갖는 승객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항공기 탑승객으로부터 적발한 검역물품은 축산물 7건, 식물 15건 등 모두 22건이었다.

2시30분, 이번에는 중국 옌지(연길)발 항공기를 타고 온 승객들이 몰려들었다. 조선족 자치구인 옌지는 국내 거주 중국인들이 많이 오가는 지역이라 수하물에서 농축산물이 나올 개연성도 더 높다.

짐이 나오는 위탁수하물 벨트 사이로 검역 탐지견이 바로 투입됐다. 엑스레이 검사를 거치지 않은 기내수하물의 경우 승객의 짐을 모두 확인하는 ‘일제검사’를 하지 않는 이상 탐지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승객과 짐 사이를 오가던 탐지견이 한 승객의 짐 앞에서 멈춰 섰다. 탐지견을 운용하는 핸들러가 승객에게 다가가 “혹시 가방 안에 소시지 같은 물품이 들어있느냐”고 묻자 순순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승객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직원의 안내로 휴대품 검역소로 인도됐다. 이곳에서는 40분 정도 만에 축산물 8건, 식물 18건이 적발됐다.



◆검역 강화했지만 인력 부족으로 ‘고전’=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뒤 정부는 중국을 운행하는 항공기에 검역탐지견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보통 인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가운데 일주일에 약 300여편을 선정, 검역 탐지견을 투입하는데 이중 10% 정도를 중국 노선에 배치한 것이다.

하지만 탐지견 한마리당 핸들러 한명이 필요해 인력 운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공항에는 18명의 핸들러가 있는데 이들이 하루 4~5대의 항공기에 투입되고 있어서다.

이준호 검역본부 특수검역과 주무관은 “핸들러뿐 아니라 탐지견도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검역이 어려운데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업무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검역인력 부족문제는 일제검사에서도 드러난다. 1·2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는 비행기 중 하루에 각각 두대씩만 일제검사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운 좋게’ 탐지견을 만나지 않고 일제검사 대상도 아니라면 축산물 불법 반입 문턱이 훨씬 낮아진다는 의미다.

게다가 최근 ASF가 발생한 중국 외에도 러시아·체코·폴란드·이탈리아 등에서 출발한 탑승객 검역이 강화됐다.

검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ASF 발생국은 많고 인력은 한정적이라 검역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최근 발생이 잦고 우리나라와 인적·물적 교류가 많은 중국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축산물 반입 금지, 축산관계자 소독 널리 알려야=공항에서 햄·소시지 등의 축산 가공품을 압수당한 대부분의 승객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축산 가공품 반입이 안되는 줄 몰랐다”거나 “진공 포장된 것이면 문제없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이주희 휴대품검역1과 주무관은 “기내 안내방송과 공항 내 안내물 부착뿐 아니라 위탁수하물 벨트 위에 설치된 멀티비전을 통해 동식물 반입 금지를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몰랐다’고 말하는 승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근 국가에서 ASF가 발생한 만큼 국민과 여행객들이 농축산물 반입의 위험성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축산관계자 소독에 대한 홍보 필요성도 지적된다. 2017년 6월3일부터 축산관계자가 가축전염병 발생국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출입국 신고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ASF가 발생한 나라를 방문한 축산관계자에게 소독 및 교육을 실시하도록 제도가 강화됐다.

그런데 자신이 축산관계자라고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왜 소독을 받아야 하느냐고 따지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축산관계자에는 가축 소유자와 그 동거가족뿐 아니라 수의사, 가축인공수정사, 동물약품 판매업에 종사하는 자, 사료 판매업자 등 축산업과 관계된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포함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천=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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