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한우산업 진출, 농가 중심 계열화로 견제를”

입력 : 2018-06-13 00:00 수정 : 2018-06-14 00:07
5월 전북도청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선 ‘대기업의 한우산업 진출현황 및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저비용으로 한우생산 가능한 위탁 형태로 사육규모 확대

전문가, 시장지배력 커질 우려 생산비 높은 영세농엔 불리

생산자 협동조직이 주도하는 도축장·유통망 등 확보 필요

정보통신기술 활용한 한우거래플랫폼 구축해야
 


대기업의 한우산업 진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우업계에 따르면 과거 직영 중심으로 한우산업에 진출했던 대기업이 최근에는 위탁 형태로 사육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13개 기업이 위탁·직영 방식으로 85개 농장을 운영 중이다. 한 전문가는 “직영 농장은 공간과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는 데 비해 위탁 형태는 적은 비용으로 다수의 농장에서 한우를 사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연구 결과 2017년 3월 현재 기업법인이 기른 한우는 모두 3만6786마리로 전체 한우 사육마릿수(251만1000마리)의 1.5%를 차지했다. 현 상태로만 보면 시장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은 미미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한우업계는 앞으로 대기업의 사육규모가 커지면 이들이 수급은 물론 가격까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 영세농가들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대기업은 대목인 명절에 생산비 차이를 활용해 한우고기를 특가로 대량 선보일 수 있다. 그러면 생산비 수준이 높은 소규모 농가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볼 개연성이 높다.

김재민 농축식품유통경제연구소 실장은 “대기업이 한우시장 진입을 확대하면 평균 생산비가 높은 농가는 폐업하거나 대기업의 위탁 사육농가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 결과 소농·가족농이 몰락하고 농민은 대기업 소속 노동자로 전락하게 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높은 축산업 특성상 한번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산업 구조로 전환되면 이후에는 이를 되돌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

농가와 한우업계 관계자들은 생산자 중심의 한우산업 구조를 정착시키는 쪽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기업이 아닌 생산자 중심의 계열화사업 활성화를 통해 대기업의 한우사육업 진출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축장·가공시설·유통망 등을 확보하고 농가조직과 연계해 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생산자 협동조직이 중심이 돼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합에서 사육과 관련한 양질의 서비스 일체를 제공한다면 농가가 기업과 협력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낙농협동조합인 폰테라와 덴마크의 양돈협동조합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농가 조직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단의 하나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가칭 ‘한우거래플랫폼’ 설치도 거론된다. 온라인에 송아지를 상장하고 선물거래 방식으로 비육우를 구매할 수도 있는 거래플랫폼을 만들면 생산과 도축·육가공 등 전후방산업을 연결하기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송아지생산안정제 개선과 비육우안정제 등 소득안정 제도 도입을 우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농가들이 한우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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