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육 수출국, 단체급식·고급육시장 등 각개격파…한돈산업 ‘휘청’

입력 : 2018-06-01 00:00 수정 : 2018-06-01 19:55
돼지고기 수출국들이 한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칠레돈육생산자협회가 5월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쿠킹쇼.

돼지고기 수출국, 한국시장 총공세

중국, 돼지고기 수입 축소…미국 등 수출국, 한국시장 눈 돌려

국내산 소비부진 이어져…마케팅 전략 등 대응방안 마련 시급
 


돼지고기 수출국들이 최근 한국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돼지고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시장 다각화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소비자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다. 2006년 18.1㎏에 불과했던 1인당 소비량은 2016년 23.7㎏으로 증가할 만큼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돼지고기 수출국들이 눈독을 들이기에 적합한 나라인 것이다.

수출국 가운데 칠레가 특히 적극적이다. 칠레는 주요 돼지고기 수출업체 3~4개가 유통을 쥐고 있어 효율적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칠레돈육생산자협회가 매년 한국·일본 등 주요 수출국에서 여는 돼지고기 홍보행사도 시장공략의 일환이다. 칠레돈육생산자협회 대표단은 5월 한국을 찾아 기자간담회와 홍보행사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칠레와 한국의 유명 셰프가 칠레산 돼지고기를 활용한 요리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칠레는 청정이미지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피아 바로스(Pia Barros) 칠레돈육생산자협회 마케팅 총괄이사는 “칠레는 해안과 안데스산맥이라는 천연장벽 덕에 가축전염병이 없는 청정국”이라며 “항생제 등에 노출되지 않은 안전한 축산물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도 <이베리코> 돼지를 앞세워 국내 소비기반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베리아반도의 흑돼지를 뜻하는 <이베리코>는 대형마트 등의 판촉행사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신장했다.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올 1~4월 2만1334t이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1만3453t)보다 58% 이상 늘어났다.

미국은 단체급식시장을 파고드는 중이다. 특히 앞다리(전지) 수출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산 앞다리 수입량은 11만6541t으로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약 31%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삼겹살·목심 등 구이류 중심이었던 돼지고기 수입시장에서 앞다리 비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데 미국산이 한몫을 담당한 것이다.

한 육류 유통전문가는 “대기업들이 케이터링(음식공급)시장에 대거 진출하며 급식·외식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어 앞다리 소비가 느는 가운데, 국내 양돈업계가 여기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3월 한국 수출이 가능해진 브라질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역화가 인정되면서 산타카타리나주에서 생산한 돼지고기 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국내시장 상륙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구제역 청정국의 지위도 획득한 만큼 산타카타리나주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돼지고기의 수입도 가능해질 수 있다.

이처럼 수출국들이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중국이 돼지 사육마릿수를 늘리며 수입을 줄였기 때문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최근 대규모 양돈장이 급증, 수입량이 대폭 줄었고 자국 내 돼지고기 가격도 최근 4년 중 최저치 수준이다.

육류 수입업체인 케이미트의 조민호 이사는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미국·유럽의 돼지고기 생산량과 중국의 수입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며 “중국이 돼지고기 자급에 적극적이라 앞으로 돈육 수출국들의 한국시장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의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수입국인 중국의 움직임이 국제 돼지고기시장의 역학구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수출국들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국내시장은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돼지고기 가격이 높지 않은데도 국내산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4~5월은 원래 나들이 수요 덕에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성수기”라며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소비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가공육시장·단체급식시장뿐 아니라 고급육시장 역시 외국산 돼지고기에 잠식당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리코>의 수입확대는 한돈이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던 고급 돼지고기시장을 수입 축산물에 내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등 고급육시장을 지키기 위한 전략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