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축사 적법화 제도개선 TF는 시간끌기용”…축산생산자단체, 정부 회의 불참 선언

입력 : 2018-05-16 00:00

축산생산자단체, 정부 회의 불참 선언

환경부 등 입장 변화 없어 농가 요구사항 개선 못해

가축분뇨법 보완 필요하고 2013년 2월 이전 처리시설 폐쇄 대상서 제외 촉구

“적법화 의지 보이지 않으면 모든 방법 동원해 투쟁할 것”

업계, 특별법 제정 주장도



축산생산자단체들이 정부가 주관하는 무허가축사 적법화를 위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회의에 불참을 선언했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5차 제도개선 TF회의에서다.

이에 따라 적법화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당수의 축산농가가 한꺼번에 퇴출당하는 ‘축산대란’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정부부처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축산생산자단체들이 TF회의 불참을 선언한 것은 적법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주요 정부부처의 입장이 변하지 않은 게 주된 이유다.

축산생산자단체의 적법화 제도개선 TF팀장을 맡고 있는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환경부는 (근본적으로) 축산업을 환경의 최대 걸림돌로 바라보고 없어져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 역시 제안만 하면 ‘완곡한 거절’을 뜻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적법화를 뒷받침하고자 제도개선 TF를 발족시켰지만, 3월20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차례 회의가 열리는 동안 축산농가가 요구한 제도개선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축산생산자단체들이 제안한 12가지 가운데 이행강제금 적용 확대와 주민동의서 부분을 제외하고 나면 입지제한지역 관련 사항 7가지를 비롯한 나머지 제도개선 사항은 한발짝도 못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개선 TF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아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주무부서인 환경부, 건축법 주무부서인 국토부, 입지제한지역 관련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생산자단체 등의 관계자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축산생산자단체들은 불참 선언과 함께 적법화에 대한 정부부처의 전향적인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가축분뇨법을 ‘환경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보완해달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다른 법률이 정하는 입지제한지역 내 축산농가의 폐쇄 조치 근거를 없애고, 정부의 합동 무허가축사 개선대책이 발표된 2013년 2월20일 이전에 적합한 분뇨처리시설을 갖춘 축사 역시 폐쇄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것이다.

아울러 제도개선 TF의 주관부서를 현재의 농식품부에서 국무조정실로 이관하고, 적법화 신청이 반려된 농가의 행정처분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축산생산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TF는 시간끌기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적법화에 확실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 투쟁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TF회의는 국무조정실에 올리기 위한 실무작업 과정”이라며 “선의의 축산농가가 피해보지 않도록 앞으로 제도개선 TF를 계속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축산업계 일각에선 특별법 제정으로 적법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기한(9월24일)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적법화는 가축분뇨법 외에도 건축법·산지관리법 등 여러 법률과 맞닿아 있고, 축사마다 무허가 내용도 제각각이어서 한꺼번에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가축이 잘못됐으니 가축을 죽여버려야 한다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축산업은 우리 식량 공급의 중요한 한 축인 만큼 특별법을 제정, 축산분뇨 처리시설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춘 농가에 대해선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억·윤슬기 기자 eok112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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