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값·수익성 급락…농가 ‘수송아지 살까 말까’

입력 : 2018-05-14 00:00 수정 : 2018-05-15 00:24

한우고기값 꾸준한 강세 영세번식농·마릿수 감소

수송아지 마리당 400만원선 최근 5년 평균가보다 35% ↑

비육농가, 수익성 하락 우려 생산원가 대비 낮은 수익에 수송아지 구입 여부 고심

송아지생산안정제 현실화 등 번식기반 확대 요청 목소리도
 


“400만원이 넘는 수송아지를 키워야 하는지….”

최근 강원 홍천의 가축시장에서 만난 한우농가 최모씨(60)는 고민을 솔직히 털어놨다. 출하시기가 된 한우를 내다 판 축사에 송아지를 다시 사 넣어야 할지 아니면 송아지값이 떨어질 때를 기다려야 할지 몰라서다.

최씨는 “요즘 출하하는 한우들은 2년 전 340만~380만원을 주고 밑소(수송아지)로 구입해 키웠는데, 그나마 등급이 원플러스(1+) 이상 나와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말했다. 등급을 잘못 받았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는 의미였다. 그는 이어 “계속 낮아지는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선뜻 4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송아지를 사들이기가 겁난다”고 토로했다.



◆밑소값 고공행진 속 농가걱정 커져=한우 수송아지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비육농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의 축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8일 6~7개월령 수송아지는 한마리당 평균 403만원에 거래됐다. 가축시장을 운영하는 지역축협 관계자들은 “혈통이 좋은 송아지는 450만원 이상에도 거래된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평균가격은 최근 5년(2013~2017년) 5월 평균 299만원보다 35%(104만원)나 비싼 수준이다.

축산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전만은 못하지만 한우고기값 강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농가들이 잘만 키우면 손해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밑소 구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번식기반이 무너진 것도 수송아지값 강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송아지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했던 영세 번식농가가 급감하면서 가축시장에 나오는 송아지 마릿수가 줄었고, 그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마리 미만 사육농가는 2014년 12월 7만4444가구에서 올 3월 5만7351가구로 3년여 만에 23%(1만7000여가구)나 줄었다. 자연스레 같은 기간 이들 농가의 사육마릿수도 47만마리에서 39만마리로 17%(8만마리) 감소했다.



◆수익성 급락…번식기반 안정 필요=이같은 수송아지값 상승은 비육농가엔 부담이 되고 있다. 농가들은 통상 4~7개월령 수송아지를 2년가량 키워 내다 판다. 이 기간에 사료값만 250만~300만원 드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송아지값에 따른 소 한마리의 생산원가만 해도 650만~7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8일 기준 육질 1등급인 거세한우의 수취값이 한마리당 72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농가들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729만원은 이날 1㎏당 1만6580원에 거래된 거세한우의 평균 지육값에다 지육 중량인 440㎏(2017년 기준)을 곱해 나온 금액이다. 결국 농가가 2년 죽어라 키워 1등급을 받더라도 30만원도 벌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2년 후에 팔 때 지금 시세대로 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앞으로 수급 예측이 쉽지 않고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송아지 구입 여부를 놓고 농가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비육농가의 수익성이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민간 농촌경제연구기관인 GS&J 인스티튜트가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를 토대로 한우 비육우의 수익성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만 해도 81만여원인 비육우의 순수익은 올 6월 9만4000여원까지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유리 GS&J 인스티튜트 책임연구원은 “지금 송아지를 입식하게 되면 2년 뒤 도매값 수준에 따라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송아지를 사들일 때 좀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한우 번식기반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송아지 생산이 늘어나야만 생산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밑소값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유명무실한 송아지생산안정제의 발동요건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 번식농가의 생산의욕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임암소 마릿수’와 ‘송아지값’ 두가지로 돼 있는 안정제의 발동요건을 ‘송아지값’으로 일원화하고, 기준가격(185만원)도 송아지 생산에 들어간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억 기자 eok1128@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