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제한’으로 AI 확산 막았다지만…오리산업은 ‘붕괴 위기’

입력 : 2018-04-13 00:00 수정 : 2018-04-15 01:13

첫 도입 ‘오리 사육 휴지기제’ 명암 살펴보니…

전국 260농가 참여 AI 발생 횟수·살처분마릿수

2016~2017년보다 급감 지자체 살처분 예산 절감

오리고기 생산량 급감 생체 산지값 크게 올라 전문음식점 폐업 잇따라

농가·업계 보완대책 호소 보상금 인상·선정기준 개선을
 


3월17일 이후 한달 가까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섣부르지만 AI가 종식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를 두고 농림축산식품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변에선 ‘오리 사육 휴지기제’의 효과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오리 사육 휴지기제는 AI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철에 오리 사육을 제한하는 대신 국가가 농가에 보상금을 주는 제도로 2017년 11월 첫 도입됐다.

하지만 겨우내 오리 사육마릿수가 급감하면서 생긴 후유증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입식이 재개됐지만 그동안 수급 불안정으로 오리가격이 급상승하고 소비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오리 사육 휴지기제, 비용 대비 효과 커=정부는 오리 사육 휴지기제를 AI 방역대책의 하나로 지난해 도입했다. 당초 대상은 ‘최근 3년 이내 AI가 2회 이상 발생한 농가와 그 인근 500m 이내 농가’로 제한했다. 89농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12월에 정부가 다시 참여 대상을 ‘최근 3년 이내 AI가 1회 이상 발생한 농가와 그 인근 500m 또는 철새도래지 3㎞ 이내 농가’로 확대하면서 91농가가 추가됐다.

지자체도 동참했다. 충북을 시작으로 경기·전남 등이 자체적으로 휴지기제 참여 신청을 받으면서 농가수가 급증했다.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오리 휴지기제에 참여한 농가는 모두 260가구에 달했다. 전체 오리농가의 약 52%가 사육을 멈춘 셈이다. 이에 따라 753만마리 수준이던 전국의 오리 사육마릿수도 48%가량 급감했다.

농식품부와 해당 지자체는 오리 휴지기제가 AI 확산 저지에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2016년 11월18일부터 2017년 4월9일까지 발생한 AI는 383건인 반면 올겨울 같은 기간 발생건수는 22건에 불과했다. 5.8%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살처분 규모도 9일 기준 3787만마리에서 653만9000마리로 줄었다. 지난해 대비 17.3% 수준이다. 정부는 2016~2017년 AI 발생으로 2306억원의 살처분 보상금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469억원가량만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자체 예산도 절감됐다. 지역 내 전체 오리농가 155곳 중 113곳이 휴지기제에 참여했던 충북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손가인 충북도 동물방역과 주무관은 “2016~2017년에 발생한 AI로 살처분 보상비만 330억원가량 들었는데 이번에는 22억8000만원만 쓰여 예산이 지난해 대비 93%나 절감됐다”고 말했다.

 

휴지기제 참여로 오리사육을 쉬게 된 농장의 모습. @농민신문DB


◆휘청대는 오리산업=부작용도 만만찮다. 휴지기제와 입식 제한으로 오리산업의 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2월26일 전남지역 오리농가 200여명은 전남도청 앞에 모여 ‘오리산업 말살 저지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혹시라도 AI가 발생할까 봐 걱정한 지자체가 방역을 잘하는 농가까지 무리하게 반강제적으로 (휴지기제에) 참여시키는 바람에 국내 오리산업은 수급 불균형이 발생, 붕괴 위기를 맞았다”고 비판했다.

휴지기제로 인해 도압마릿수가 줄면서 오리고기 생산량도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는 3~5월 오리고기 생산량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감소한 1만3278t으로 추정했다.

오리고기 생산량 감소는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3월초 농경연은 오리 생체(3㎏ 기준) 산지값이 점차 올라 5월에 최고 92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이미 4월2일에 9800원을 기록하며 예측을 무색케 했다. 오리협회에 따르면 3월 산지 평균값은 9158원으로 지난해 3월 7490원보다 22%나 올랐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소비감소로 이어져 시장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허관행 오리협회 과장은 “오리는 가정 내 소비보다 외식 소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물량부족으로 오리전문점이 폐업하고 일반음식점도 오리요리를 메뉴에서 빼는 추세”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정부, 대책 내놔야=그럼에도 휴지기제는 올겨울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겨울 도입해 일정한 성과가 검증된 데다 5월부터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앙정부 대신 지자체장이 자발적으로 사육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돼서다.

그러나 농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오리 사육 휴지기제의 부작용을 줄일 보완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보상금 인상을 꼽는다. 휴지기제에 참여했던 전영옥씨(57·전남 나주)는 “오리를 계열화업체에 납품하는데, 연평균 자가생산비로 한마리당 400원이 들고, 수익은 1200원 수준”이라면서 “보상금이 800원은 돼야 겨우내 오리 사육을 하지 않더라도 생활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존에 지급된 한마리당 510원의 보상금만 갖고는 대출금 이자와 시설유지비·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전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도 순이익에 버금가는 보상금을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휴지기제 대상농가의 선정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방역이나 시설 수준에 대한 위험도를 철저히 평가해서 휴지기제 참여농가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지기제를 시행하되 객관적으로 우수한 농가는 대상에서 제외해 전체 오리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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