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축산의 길, 이것만은 해결하자] 한우 자급률 40% 턱걸이…정부 지원 강화 ‘절실’

입력 : 2018-02-12 00:00 수정 : 2018-02-12 09:35
외국산의 공세로 국산 축산물 자급률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 생산기반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8 신년기획] 선진축산의 길, 이것만은 해결하자 (4) 자급률

원유 자급률도 50% 아래로 수입개방·관세하락이 주요인

외국산 축산물 구매의향도 ↑ 젖소·돼지 등 사육농가 줄어

수입량 늘면 식량안보 위협 국내 축산물 생산기반도 약화 결국 소비자 부담 가중 우려

축종별 특성 맞게 제도 운영 생산성 향상 위한 농가 노력도
 


한우농가 김상인씨(65·경북 포항)는 요즘 걱정이 많다. 수입 쇠고기 공세로 한우값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는데 생산비는 올라가고 있어서다. 김씨는 “지난 30여년 동안 한우값 폭락 사태를 여러차례 겪으면서도 겨우 버텨왔는데 이젠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사육을 접어야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농가가 늘어가는 사이, 국내 축산업의 생산기반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2013년까지만 해도 50%대였던 한우 자급률은 2017년 40%대에 겨우 턱걸이했다. 특히 원유(原乳) 자급률은 지난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그나마 돼지가 70% 선을 간신히 넘기며 선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돼지고기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급률 하락 원인은=자급률 하락은 수입개방이 주된 원인이다. 개방 확대로 관세가 점차 낮아지면서 외국산 축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일례로 국내 수입 쇠고기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산 쇠고기값은 국내산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2026년 관세가 철폐되면 미국산의 가격경쟁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 철폐시한은 2028년이다.

국내 원유 수입량의 43.5%를 차지하는 유럽연합(EU)의 유제품은 2021년이 되면 관세가 없어진다. 같은 해 돼지고기 관세도 철폐된다. 특히 국내 돼지고기 수입 물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칠레산은 이미 4년 전부터 관세를 내지 않고 우리나라 땅을 밟고 있다.

외국산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도 자급률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수입 쇠고기 구입 경험이 있는 전국 특별·광역시 거주 20대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앞으로 수입 쇠고기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97.3%(973명)나 됐다.

고령화 등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구조조정도 자급률 하락의 원인이다. 소규모 번식농가가 줄어든 한우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만 해도 14만가구였던 20마리 이하의 소규모농가는 지난해 9월 5만7600여가구로 7년 새 60%가까이 줄었다.

젖소·돼지·가금류 사육농가도 꾸준히 줄고 있다.



◆자급률 떨어지면…식량안보·가격폭등 우려=문제는 한번 무너진 자급률은 쉽게 올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축산물은 일반 농산물과 달리 단기간에 생산이 불가능한 까닭이다. 통상 소는 출하되기까지 평균 40개월, 돼지는 6개월, 달걀을 낳는 산란계는 4~5개월이 걸린다.

자급률은 식량안보 문제와도 직결된다. 국내산 공급량이 줄어든 만큼 부족분을 계속 외국산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생산량 감소로 국내 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 정부와 유통업계가 수입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방침을 세우다보니 ‘생산량 감소→가격 급등→수입량 증가→가격 하락→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급률 하락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생산기반 약화와 국제 가격 폭등이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붕괴된 산란계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산란계가 전체의 30% 이상 사라졌다. 이 탓에 한때 달걀 소매값이 한판(특란 30개)에 1만원을 넘길 정도로 수급불안이 야기되면서 신선 달걀을 수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향상방안은=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 강화가 시급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축종별 특성에 맞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컨대 한우의 경우 유명무실해진 송아지생산안정제 보전금 지급요건을 ‘한우 번식기반 유지’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가임암소 마릿수’와 ‘송아지값’ 등 2가지 기준에 따라 발동하는 지급요건을 ‘송아지값’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낙농은 집유와 가공을 분리하는 전국단위쿼터제를 서둘러 도입해 원유 수급 안정과 국산 유제품 생산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가의 노력도 중요하다. 생산성은 결국 가격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양돈산업의 주요 생산성 지표 중 하나인 MSY(어미돼지 한마리당 연간 새끼돼지 출하마릿수)는 16.9마리로, 선진국과 견줘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덴마크는 30.1마리, 네덜란드는 28.4마리, 독일은 27.4마리를 기록하고 있다.

한봉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가 선택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농가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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