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시키니 더 잘 팔리네

입력 : 2018-01-12 00:00 수정 : 2018-03-02 14:11
숙성육 인기에 힘입어 롯데마트는 서울 시내 한 매장에 숙성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는 저장고를
설치했다

방송에서 맛 홍보·스테이크 선호현상 힘입어

습식숙성 1+한우등심 12월 한우등심 매출액의 70% 차지

일반 한우고기보다 10~50% 비싸지만 수입육에 밀렸던 한우고기 판매량 끌어올려

대형마트, 자체 숙성고 만들고 돼지고기 습식숙성제품 출시도 추진
 


일요일이던 7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는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많은 상품 가운데 육류 매대 한편을 차지한 숙성육 코너에도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근 2~3년 내에 급성장한 숙성육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스테이크용 숙성 한우고기를 살펴보던 한 주부는 “방송에서 셰프들이 드라이에이징(건조숙성)한 고기를 이용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서 사먹어 봤는데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면서 “가격이 다소 비싸긴 하지만 고급육이라는 생각에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숙성 한우고기는 숙성 방법에 따라 일반 한우고기에 비해 10~50%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숙성육의 인기는 판매 담당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매장을 담당하는 판매원 최혜정씨는 “일반 쇠고기와는 풍미가 다르기 때문에 특유의 향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숙성육, 대중화 성공 평가=숙성육은 고급육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2017년 1~11월 매출 분석 결과 숙성 한우고기(건조·습식 숙성 모두 포함)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등심 매출액의 5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우고기 전체 매출액 중에서도 20%가량을 차지했다.

또 2017년 12월에는 ‘웨트에이징(wet aging·습식숙성) 1+한우등심’이 한우고기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12월 한달 전체 한우고기 매출의 25%, 등심 매출의 70%를 점유할 정도로 인기를 증명했다.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숙성육 판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서울 시내 한 매장에 한우고기 숙성과정을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저장고를 설치했다.

이영은 롯데마트 ○○점 육류 판매담당자는 “3주간 자체 숙성을 시키는데, 판매량이 많은 주말에 많은 물량을 갖출 수 있도록 숙성일정을 조정한다”며 “주말에는 준비한 물량이 완판된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지금은 일부 매장에서만 숙성육을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 입점매장을 점차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숙성육의 인기는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와 소비 트렌드 변화에 기인한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숙성육의 맛이 방송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또 구이나 국거리 위주였던 국내 쇠고기 소비 트렌드가 스테이크 쪽으로 바뀌는 움직임과 맞물리며 숙성육시장이 급성장하게 됐다.



◆숙성 트렌드, 축산물 소비 견인할까=숙성육은 한우고기 소비 자체를 견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형마트가 앞장서 숙성 한우고기 제품을 출시하자 수입육에 밀려 감소를 거듭하던 한우고기 매출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전체 쇠고기 판매량 중 한우고기 판매비율은 2013년 58.6%였으나 수입육 공세에 밀려 2016년에는 45.2%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2017년에는 숙성 한우고기 인기에 힘입어 이 비율이 48.4%로 올라갔다. 등심·안심·채끝 등 한우고기 인기부위를 건조·습식 숙성해 판매하기 시작한 지 1년 만이다.

오현준 이마트 한우바이어는 “한우고기 소비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촉진을 위해서는 고급화를 통한 상품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숙성 한우고기를 시중가 대비 20~30%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대중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숙성 한우고기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경기 광주에 위치한 ‘이마트 미트센터’에 연간 230t 정도의 숙성육을 생산할 수 있는 전용 숙성고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같은 ‘숙성 바람’은 돼지고기 쪽에서도 불고 있다. 한 대형마트가 이달부터 자체 저장창고를 이용해 15일간 습식숙성한 삼겹살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돼지고기는 쇠고기에 비해 숙성이 쉽고 기간도 짧아 숙성 돼지고기시장이 금세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축산 전문가들은 “숙성육이 국산 축산물 소비에 활기를 불어넣는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냉동을 거친 뒤 숙성시키는 수입 고기와 국산 축산물로 만든 숙성육은 맛·품질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숙성육은 2·3등급의 쇠고기 소비촉진을 이끌 것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태경 식육마케터는 “마블링(근내지방)이 적은 등급의 쇠고기도 감칠맛이라는 ‘숙성의 맛’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다”며 “마블링으로 등급체계가 확정된 후 사라져가는 수소(비거세우) 사육과 유통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숙성육이란=온습도가 통제된 저장고에서 일정기간 이상 숙성을 거친 고기를 통칭한다. 건조·습식 등의 숙성 방법에 따라 기간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0~4℃에서 7~50일 저장한다. 기간과 환경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숙성육의 맛도 달라진다.

 


 

숙성육 맛에 담긴 과학적 비밀

육질 속 ‘카텝신’이 결합조직 분해 부드러운 맛·고유의 향 더해줘

 

한 소비자가 숙성육 코너에서 숙성한우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숙성육이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도축 직후의 고기는 신선도가 높지만 사후경직 등으로 질기고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고기도 숙성과정을 거치면 육류 속에 포함된 자기소화분해효소(카텝신)가 결합조직을 분해하면서 부드러움이 더해지고 특유의 향도 나게 된다. 숙성육에 대해 ‘치즈맛이 느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단백질이 가수분해되며 고기의 풍미를 향상시키는 유리아미노산과 펩티드가 생성돼서다. 숙성은 영양분을 잘게 쪼개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화흡수에도 도움이 된다.

숙성육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건조·습식 2가지가 있다.

건조숙성의 경우 고기 속 수분이 자연스럽게 증발되면서 풍미가 강해지고 맛이 진해지는 게 특징이다. 육류의 수분이 증발되는 대신 감칠맛이 나는 아미노산이 생성돼 단맛을 느끼게 된다. 습식숙성도 동일한 분해작용을 거치면서 고기의 부드러움을 더해준다. 특히 건조숙성에 비해 마르거나 부패해서 버려야 하는 고기의 양이 적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습식숙성 후 건조숙성으로 풍미를 더하는 ‘교차숙성’을 하면 숙성육을 보다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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