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산란일 표시, 안전성과 무관한 탁상행정”

입력 : 2018-01-12 00:00
정부가 2019년부터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를 의무적으로 표기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식품안전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자 산란계농가들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계협, 식품안전 개선안 비판

산란계농가 생산비 상승 유발 소비자 부담 가중 불 보듯

농민들 “생산서 소매점까지 냉장 유통되는 시스템 도입해야”

사육면적기준 확대 반대 주장도
 


산란계농가가 식품안전 개선대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로 불거진 달걀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정부의 대책이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2017년 12월27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식품안전정책위원회는 2019년부터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식품안전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본지 1월1일자 21면 참조).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생산자 혹은 달걀 수집판매업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달걀에 대해 껍데기에 산란일자를 표시해야 한다. 정부는 2017년 8월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가 벌어진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를 검토해왔다.

이같은 대책이 발표되자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는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양계협회는 “산란일자 표시와 달걀 안전성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거듭 밝혔음에도 정부는 생산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규탄했다.

협회는 그동안 토론회와 집회를 통해 산란일자 표시가 생산비 상승을 유발해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물론 달걀 안전성조차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대해왔다. 안전성을 높이려면 오히려 생산현장부터 소매점까지 달걀이 냉장으로 유통될 수 있는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협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산란일자 표시 의무화를 강행한 것이다.

협회는 “산란일자 표시로 생산비가 올라가면 농가가 줄도산해 생산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산란일자 표시가 달걀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생산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가들은 식품안전 대책에 담긴 산란계 사육면적 기준 확대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사육면적에 맞추려면 산란계 1마리당 약 1만2000원의 추가비용이 들고, 사육마릿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200원에 못 미치는 달걀 한개 가격이 4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종합대책에 따르면 신규 농가는 올해부터, 기존 농가는 2025년부터 산란계 한마리당 사육면적 기준을 0.05㎡(0.015평)에서 0.075㎡(0.02평) 이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산란계 15만마리를 사육하는 김양길씨(61·전남 나주)는 “달걀값이 비싸지면 많은 소비자들이 달걀을 외면해 농가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농가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산란계 업계만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평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이번 대책이 종합적인 검토 없이 나온 성급한 정책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산란일자 표시와 사육면적 확대가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사태 재발방지에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달걀 수급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류경선 전북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사육면적이 넓은 유럽에서도 닭 진드기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어 정책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며 “농가들을 설득하려면 구체적인 효과와 수급에 끼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자료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검토해본 결과 농가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정균 기자 justiceven@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