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가축방역관 구인난 심각…“업무 많고 처우도 열악”

입력 : 2017-11-15 00:00 수정 : 2017-11-15 09:18

전남·전북·강원 등 가축방역관 지원자 부족 중복 합격자는 도시 선호

무허가축사 적법화 등 방역 외 업무 떠맡고 질병 발생 땐 휴일도 못 쉬어

전문성 발휘할 수 있도록 지자체 방역조직 개편해야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의직 공무원(가축방역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지자체 가축방역관 수는 모두 660명으로, 정원 128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행정안전부는 이에 따라 6월 ‘자치단체 가축전염병 대응체계 보강방안’을 마련해 각 지자체에 가축전염병 대응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수의직 공무원 350명을 증원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각 지자체는 가축방역관 채용공고를 내고 인력 충원에 나섰으나 지원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시·도별 가축방역관 충원실태’ 자료를 보면 10월 초 기준 17개 시·도 가운데 전남·전북·강원은 지원자가 미달됐다.

또 경기·충남·경남은 지원자가 모집인원보다 많았지만, 최종 인원은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이는 중복 합격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탈현상 때문으로 풀이됐다. 농촌지역보다 도시를 선호하기 때문에 두 지역에 동시에 합격한 사람은 업무환경이 더 나은 곳을 최종 선택한 것이다.

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경기는 22명을 모집했지만 최종 선발인원은 16명에 그쳤다. 2.3대 1을 기록한 충남 역시 최종 선발인원이 49명에 그쳐 모집인원인 63명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가축방역관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주원인으로 격무에 비해 열악한 처우가 꼽힌다. 가축방역관은 의대와 비슷한 수준의 성적으로 6년제 수의대학을 나왔지만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다. 특히 축산농가가 밀집된 농촌지역의 가축방역관은 분뇨처리, 무허가축사 적법화 추진 등 방역 외의 업무를 떠맡는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축산농가가 많은 시·군이라고 해도 가축방역관이 3~4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 인원으로는 평상시 업무를 처리하기도 벅찬데,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휴일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격무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의직 공무원(가축방역관)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한 수의사가 축사에서 송아지를 살피는 모습.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 지자체는 공중방역수의사제도를 활용하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일 뿐이다. 이 제도는 수의사 자격을 취득한 수의대 졸업생이 시·군 구청이나 시·도 동물위생시험소,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배치돼 3년간 근무하면 병역의무를 마친 것으로 인정해준다. 하지만 대체복무여서 가축방역관처럼 많은 업무량을 분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500명 정도가 공중방역수의사로 근무 중이다.

정부는 당초 가축방역관에 대한 의료업무수당을 월 15만원에서 최대 50만원으로 인상하고, 인사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지원책을 마련한 바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수당 인상뿐만 아니라 이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자체 내 일개 부서나 팀이 아닌 독립적인 조직으로 승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수의대를 갓 졸업한 젊은 수의사들은 과도한 업무를 떠맡아야 한다는 점과 시골 생활의 불편함 등으로 인해 가축방역관 지원을 꺼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인력을 충원하고 수당을 높인다고 가축방역관 기피현상이 한순간에 좋아질 순 없다”면서 “이들이 적정량의 업무를 맡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방역조직 자체를 체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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