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값 기준 ‘탕박등급제’로 전환시행시기·박피 중단 여부 ‘논란’

입력 : 2017-09-13 00:00 수정 : 2017-09-14 10:45

박피물량 2% 그쳐…시장변화에도 민감해 대표값 기능 잃어

육가공업체 “연말 시행”-농가 “단계적 추진” 의견 엇갈려

“박피작업 완전 중단” 업체 요구에 농가 “시장 자율”로 맞서
 


돼지값 정산기준을 현행 박피가격에서 탕박등급제로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최근 열린 ‘2017년 제2차 양돈수급조절협의회’에서 농가와 육가공업체 등 양돈업계는 돼지를 거래할 때 탕박가격을 기준으로 삼되, 등급에 따라 차등가격을 적용하는 탕박등급제를 도입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제도 시행시기와 박피작업 중단 여부 등에 대해선 농가와 육가공업체가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 탕박등급제 도입 합의=협의회에서 육가공업체 관계자들은 탕박등급제 전면 도입을 주장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돼지값 때문에 육가공업체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면 돼지값 정산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기노 ㈜선진 전무는 “돼지값을 안정화하려면 대표가격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박피가격 대신 탕박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농가와 육가공업체간 거래에서 박피가격을 기준으로 돼지값을 정산하는 것이 양돈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다.

문제는 박피 작업물량이 점차 줄어들어 현재는 전체 도축마릿수의 단 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등급판정을 받은 돼지 944만6385마리 가운데 탕박 물량은 98%, 박피는 고작 2%에 그쳤다.

이처럼 박피가격은 작업물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탕박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데다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크게 출렁이는 단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2016년 평균 돼지지육 박피가격(1㎏ 기준)은 4886원으로, 탕박의 4600원보다 5.9% 높았다.

농가들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탕박등급제로의 정산기준 변경에 공감했다.

이병규 대한한돈협회장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면 농가들이 따르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탕박등급제, 본격적인 시행은 언제=육가공업체와 농가는 탕박등급제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시행시기를 놓고는 이견을 보였다.

김용철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장은 “탕박등급제를 빨리 도입할수록 좋다”면서 “올 연말부터 모든 거래에서 일괄적으로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이 회장은 “전국 농가들이 탕박등급제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우선 규모가 큰 업체부터 먼저 시행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중소규모 도축장이 참여하는 식으로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피작업 중단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육가공업체는 박피작업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매시장에 박피물량이 계속 나오면 가격을 공시해야 하는데, 농가들이 박피와 탕박등급제의 가격 차이를 보고 반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농가 측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했다.

이와 관련, 김상경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가능한 한 박피작업을 중단하는 방법을 고려하겠다”며 “탕박등급제를 조기 정착시켜 내년부터 등급제에 따라 돼지고기가 판매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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