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달걀 무관세 방침에 산란계 농가들 ‘부글부글’

입력 : 2017-08-09 00:00 수정 : 2017-08-09 11:44
정부가 달걀값을 낮추기 위해 2억1600만개에 해당하는 1만3000t의 수입 달걀에 연말까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달걀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월4일 수입된 태국산 달걀을 검역관들이 육안검사하고 있는 모습.

2억1600만개 수입 달걀 연말까지 관세 0% 적용

국내 산란계 마릿수 회복 빨라 추석 뒤 달걀값 하락 불보듯 농가 “피해는 우리 몫” 반발

 


정부가 연말까지 일정한 양의 수입 달걀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달걀업계 종사자들이 정부 조치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수입 달걀에 부과하던 27%의 관세를 0%로 낮추는 내용의 ‘할당관세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달걀 1만3000t, 달걀 가공품 1만4400t, 부화용 수정란인 종란 600t이 무관세로 수입될 전망이다.

달걀 하나 무게가 60g 정도라는 걸 고려하면 1만3000t은 약 2억1600만개에 해당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달걀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어 내부적으로 10월4일 추석을 앞두고 지난 설처럼 달걀 대란이 발생할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과 산란계 농가들은 정부가 달걀 수급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물가안정에만 급급한 나머지 잘못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빠르게 평년수준을 회복해 달걀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를 없애 외국산 달걀이 대거 들어오면 연말에 달걀값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달걀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는 달걀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라며 “달걀을 낳는 산란계가 늘고 있어 달걀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유통가격동향을 보면 달걀값(특란 30개 기준)은 정부의 설명과 달리 7월4일 8061원을 고점으로 하락을 거듭해 불과 한달 만인 8월4일 7574원으로 6% 넘게 떨어졌다.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증가하면서 달걀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4분기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5738만마리로 1·4분기 대비 11.2% 급증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계속 증가해 9월에 이르면 6500만마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추세라면 9월 달걀 생산량은 2016년 같은 달의 93% 수준까지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산란계 농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로 달걀값이 대폭 하락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 될 거라며 우려하고 있다.

경기 동두천에서 산란계를 키우는 고유돈씨(53)는 “지금 농가들은 하나라도 더 많은 달걀을 공급하려고 하는데, 수입 달걀마저 들어오면 추석 이후에는 달걀 수요가 공급에 못 미쳐 가격은 분명히 내려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씨는 “가격 하락으로 농가들이 하나둘 생산현장을 떠나기 시작하면 달걀 수입 의존도가 커질 텐데 정부가 왜 그런 걸 생각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또 경남의 한 산란계 농가는 “정부가 올초부터 달걀 수입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농가들이 산란계 병아리를 빨리 입식하도록 지원해 달걀 생산기반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가격이 안정됐을 것”이라며 “한치 앞밖에 못 보는 정부의 조치를 보고 있자면 계속 닭을 키워야 할지 회의가 든다”고 허탈해했다.

이와 관련, 안영기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은 “달걀 생산량이 증가해 달걀값이 지금보다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정부가 수입을 장려하는 것은 선심성 정책”이라며 “달걀산업과 농가들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판단이 산업을 큰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최정균 기자 justiceve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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